[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코로나19 백신 공급 차질로 화이자‧모더나 등 mRNA 백신 접종 간격이 4주에서 6주로 늘어난 가운데 대상자들에게 통보없이 임의로 백신 접종일이 변경되면서 혼선을 빚고 있다.
접종을 담당하고 있는 일선 의료기관들은 이번 사태를 포함해 국민들의 백신 접종관련 문의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은 지난 9일 코로나19 관련 정례브리핑을 통해 8~9월 접종계획을 발표했다. 아울러 8월 계획된 850만회분의 절반 이하의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모더나의 통보 내용도 공개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모더나사에서 백신 생산 관련 실험실 문제 여파로 8월 계획된 공급물량의 절반 이하인 백신 물량이 공급될 예정임을 알려왔다”며 “백신수급 상황에 따라 mRNA 백신의 접종간격 조정 등 접종계획도 일부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8월 16일 이후 화이자‧모더나 등 mRNA 백신 2차 접종이 예정된 사람들이 접종간격을 현행 4주에서 6주로 연장한다. 단 고3 학생과, 수험생, 고교 교직원 등의 접종간격은 현행 유지되고, 교육‧보육 종사자 접종간격은 5주로 조정된다.
문제는 정작 연장 대상이 된 접종자들이 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백신 접종에 대해서 교차 접종 등 주요 변경사항이 발생할 경우 정부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대상자에게 해당 사실을 고지하는데, 이번 접종 간격 변경 때는 별다른 안내 없이 접종간격이 바뀌어 있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민은 “접종 간격 변경 소식을 접한 뒤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했는데 본인의 2차 접종 일정이 2주 뒤로 미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자메시지는 물론 휴대전화에 설치해 둔 국민비서 어플리케이션(앱)으로도 전혀 안내를 받지 못했다. 며칠째 감감무소식”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현재 대상자에 대한 6주 변경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문자 발송을 진행하지 못했다.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일괄적으로 문자 전송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이 같은 소통 부재가 일선 의료기관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밀려드는 잔여백신 문의로 백신 접종 기관들의 부담이 이미 커진 상황에서 백신 수급으로 인한 문제가 더해져 현장에서 큰 혼란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백신 접종을 맡고 있는 A병원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잔여백신 관련 문의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쏟아지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여기에 교차 접종이나 접종 일정 변경 등 이슈가 터질 때 마다 더 많은 문의 전화가 쏟아져 병원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사실 지금도 한창 문의전화가 쏟아지는 중이라 전화를 길게 받기 어렵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 노원구의 B병원 관계자도 “최근에는 우리 병원에서 접종 예정인 시민들 중 교차접종으로 전환된 사람이나 화이자‧모더나 등 접종 기간이 변경된 사람들 중심으로 문의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예전에 네이버‧카카오 등을 통한 잔여백신 시스템이 도입되기 전 전화로 잔여백신 명단을 받을 때보다는 문의전화가 덜 몰리는 편”이라며 “하지만 백신 관련 문의로 인한 의료진들의 피로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병원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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