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진료복 입고 자주 오세요. 요즘 같은 시국에 그러면 안될 것 같은데 제가 뭐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물티슈, 음료수, 간식 등 여러 가지를 구매하는데 방금도 왔다 가셨어요.”(
병원 인근 마트 직원)
“병원에서 거리가 멀지 않아 진료복 입고 자주 오시죠. 점심시간이면 여럿이서 잠시 앉아 얘기도 하다 가세요. 워낙 일상이다 보니 그러려니 보고 있던 것 같아요.”(병원 인근 카페 직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병의원 감염관리 경각심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진료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의료진과 환의를 입은 환자로 시민들 눈살이 찌푸려지고 있다.
의료진 진료복 외출이 해마다 지적되고 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쉬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지난 12일 하루 중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시간대 중 하나인 점심시간에 경기도 평촌 소재 H병원을 찾았다.
오후 12시 30분, 건물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쏟아지면서 한산했던 거리는 어느새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대부분 마을 주민과 직장인, 상가 상인들이었지만 북적이는 인파 속에는 진료복을 입은 의료진도 찾을 수 있었다.
본지가 관찰한 의료진 동선은 다양했다.
마트를 찾기도 했으며, 카페에 앉아 수다를 나누기도 했다. 병원 인근을 천천히 걸으며 산책을 하기도 했다.
진료복을 입은채 인근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상의부터 하의, 신발까지 병원에서 근무하는 옷차림 그대로였다.
의료진이 방문한 점포를 차례로 방문한 결과, 대부분 “익숙하다”는 반응이었다.
한 카페 직원은 “진료복을 입고 자주 오신다. 워낙 익숙하다 보니 특별히 문제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의료진이 진료복을 입고 있었는지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수두룩했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해지는 주말에는 환자복을 입은 환자가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본지가 15일 일요일 오전 한 차례 더 같은 장소를 찾은 결과, 환자복을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환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환자를 제재한 병원 경비원은 “병원에서 환자복을 입고 외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산책을 하거나 담배를 사러간다며 무시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과정에서 환자를 제재하는 경우는 있었으나 의료진을 막는 경우는 없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의료진이 진료복을 입고 외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외부 세균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7년 ‘의료진 근무복 차림 외부출입 자제’ 등을 담은 병원문화 개선 권고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권고안에는 환자에 대해서도 병원복 차림으로 외출을 하지 못하는 규정이 담겼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권고안으로 처벌 규정이 없기에 현장에서는 안일한 생각으로 인식하는 모습이다.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응급실이나 배달음식을 받으러 가는 정도는 진료복을 입고 갈 수 있으나 매번 갈아입기가 번거로워 먼 거리를 나갈 때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진료복이 병원 감염 연관성에 명백한 근거가 없다는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 특히 현실성을 고려한 대책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병원계 관계자는 "진료복은 일상복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한 유니폼의 일종이다. 수술복을 입고 외출을 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정확한 구분 없이 진료복을 규제하는 것은 지나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