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올해 집행부가 교체된 대한의사협회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며 정책 대응을 펼치고 있다.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예비후보(前 감사원장)를 만나고, 백신 정책에 대해 온건한 입장문 표명으로 비판하는 등 집회와 강경투쟁 일변도였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의협은 17일 오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허가범위 확대 적용에 대한 권고문’을 발표하고 정부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연령 확대에 대해 비판론을 제기했다.
이는 지난 13일 질병관리청이 “오늘부터 위탁의료기관, 보건소, 요양병원·요양시설 등에서 30세 이상 희망자를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잔여 백신 접종이 가능하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의협은 입장문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과 관련하여 절대적 기준에서의 접종 권고 연령과 희망자에 한해서 접종 기회 부여 연령의 차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보다 객관적이고 전문가적 식견을 바탕으로 방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대한의사협회와 정보를 소통하고 적절한 권고안을 마련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정부가 발표한 통계 수치와 국제학술지 발표 등을 활용해 정부 정책 결정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의협은 “질병관리청에서 11일 발표한 ‘주간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보고서’를 바탕으로 분석하면, 50세 미만에서 아스트라제네카 2차 예방접종은 타 백신보다 예방적 효과 대비 백신 관련 이상 사건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아 희망자라고 하더라도 우선적으로 고려되기에는 위험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명 학술지 랜싯에 따르면 영국‧미국‧스웨덴의 데이터 분석 결과 55세 이하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률 대비 부작용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잠재적 위험성이 높은 50세 미만 인구에 대한 백신 접종 필요성 논의는 아직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협의 이 같은 온건한 비판 방식은 지난해 최대집 전 의협회장 체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최대집 집행부의 경우 장외 투쟁 등 위력 행사를 주 무기로 사용했고 정부 정책 등에 대해서도 강경 일변도 대응 방식이 적잖았다.
하지만 이필수 회장 체제에서는 이 같은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날 오후 발표한 ‘일상 근무복까지 의료기관 세탁물에 포함, 불합리’라는 제목의 입장문도 해외사례에 근거한 온건한 비판을 유지했다.
대신 이 회장은 ‘야당과의 공조’를 통해 정부를 압박하는 전략을 취했다. 17일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예비후보를 만나면서 야당과의 본격적인 정책 논의에 나선 것이다.
17일 오전 이 회장은 의협 용산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최 예비후보를 만나 “오늘 이 자리가 코로나19라는 국난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대한민국 보건의료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리가 돼서 추후 국민과 의료계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지고 우리나라 보건의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예비후보도 “의협 정책 제안을 경청하고 이를 다듬어서, 국민들 삶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최선의 방안 만들고, 의료진이 국민건강을 지킬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드는 데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18일에도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예비후보를 만난다. 이 회장과 야당 대선 예비후보의 잇따른 만남은 야당과의 공감대를 쌓고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의협 집행부 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의협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야당 후보만 만나는 건 아니고 앞으로 여당의 여러 대선 예비후보도 만나려고 약속이 잡혀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집행부는 투쟁보다는 의료계 전문가로서 올바른 의료정책 방향 설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계과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대의명분(大義名分) 아래 정부에 적극 협조할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는 그동안 의료정책 수립에서 의료계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결여된 바 있다. 불명확한 의료정책 설정이나 올바른 의료환경 조성에 악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들은 전문가로서 할 말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최근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백신 정책이라든지 여러 불명확한 의료정책이 국민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비판은 앞으로도 의료계 전문가로서 목소리를 낮추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의협은 의료계 전문가대표단체로서 의견을 존중받고, 의‧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정치계와 협의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