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지호 기자]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개설허가 취소 처분이 적법하다는 1심 판결이 2심 항소심에서 뒤집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18일 열린 2심 항소심에서 광주고법 제주 행정1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중국 녹지그룹 자회사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이하 녹지병원)가 제주도를 상대로 낸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의) 취소 소송'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2심 항소심 판결문이 공개 되지 않아 1, 2심 판결이 뒤집힌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지만 주요 이유로 2심 재판부가 "제주도 의료기관 개설 조건부 허가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1심 재판부가 제주도 손을 들어줬을 때 '제주도 행정처분'을 근거로 제시했고, 1심 때 선고유예된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의) 취소 청구 소송'을 판결 변경 주요 배경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2018년 12월 녹지병원에 대해 "내국인 진료 금지한다"라는 제한 조건으로 허가를 내줬고, 녹지병원이 병원을 개원하지 않자 3개월 뒤 제주도가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이에 대해 녹지병원측은 '내국인 진료 제한'이라는 개설 조건을 취소하라는 소송 1건과 이에 따른 개설허가 취소도 부당하니 이 역시 취소하라는 소송 1건 등 2건의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두가지 사안의 소송 중 지난해 10월 제주지방법원은 1심에서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처분(의) 취소 청구 소송' 만 제주도 손을 들어줬고 '외국 의료기관 개설 조건(의)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선 선고를 유예했다.
"외국인 환자만 받아야 한다"는 제주도 행정처분 두고 1심과 2심 판결 갈려
제주도 행정처분의 위법성이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는 주요 근거로 작용했을 확률이 높다.
지난해 1심 재판부는 외국인 환자만 받아야 한다는 조건부 허가 결정을 내린 제주도 행정처분을 녹지병원 측이 임의대로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이 잘못됐다고 봤지만 항소심에서는 조건부 허가를 내린 제주도 행정처분이 위법성이 있다고 봤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행정처분이 위법하더라도 당연무효가 아닌 한 처분이 취소되기 전에는 위법을 이유로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이어 "녹지병원 측은 개설허가처분에 붙인 조건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더라도, 일단 개설허가 후 3개월 이내에 의료기관을 개설해 업무를 시작했어야 하는데 무단히 업무 시작을 거부했으므로, 허가에 위법이 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개설허가를 취소할 사유가 발생했다"고 판시했다.
또 "내국인 진료를 제한할 경우 경제성이 없어 병원운영이 어렵다는 주장, 진료거부에 따른 형사처벌 위험이 있다는 주장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개월 이내 업무 개시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업무정지가 아닌 허가취소의 처분을 한 것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1심에서 선고유예된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의) 취소 청구 소송'도 판결이 뒤집힌 이유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2심 재판부가 '외국 의료기관 허가 취소 처분(의) 취소 소송'에서 녹지병원 손을 들어준 건 1심에서 선고유예한 허가 조건 취소가 2심에서는 정당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녹지병원측이 추가로 제기했던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부 사항 관련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의) 취소 청구소송’에 대해서는 선고를 연기했었다.
당시 법원은 선고를 연기한 사유로 "'의료기관 개설허가 처분'은 제주도 허가취소 처분에 따라 이미 소멸한 상태"라며 "소송 대상이 이미 소멸한 경우에 해당돼서 각하 판결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2심 재판부 판단에 불복해 상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녹지병원이 승소할 경우 의료기관 개설 허가 처분 취소의 정당성이 사라져 문을 열지 않은 기간 동안의 손해를 녹지그룹에 배상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소송대리인 및 내부 법무담당 부서와 2심 판결문을 검토해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라며 “현재로서는 재판 직후이기 때문에 항소심 선고 결과에 따른 자세한 대응 방향이나 법리적인 부분을 예단할 수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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