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간호계 숙원인 간호단독법 제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여야 의원이 연달아 법안을 발의한데 이어 보건복지부는 간호정책과를 신설하며 이 사안을 비중 있게 살피고 있다. 8월 23일 열린 첫 공청회에선 전문가들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전반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간호법 제정에 대해 국회에서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것은 각 지자체가 실시하는 건강돌봄사업이 부쩍 확대되면서다.
고령 환자 자택을 직접 찾아가는 방문간호가 활성화되는 등 병원 밖 간호사의 역할이 중요해졌지만 기존 의료법만으로는 충분치 못한 부분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걸림돌이 된 직역갈등 문제와 관련해선 향후 지속적으로 조율해 나가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조율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간호법 제정에 관한 공청회’에선 간호단독법이 제정될 시 우려되는 직역 갈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앞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단독법 제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의사들은 간호사의 단독 진료행위 인정에 대한 우려를, 간호조무사들은 법안 발의 과정에서 자신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의사들 반발과 관련, 강기윤 의원(국민의힘)은 “의사들은 해당 법안이 사실상 간호사의 독자적 의료행위를 선언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물었다.
이에 진술인으로 참석한 홍승진 법무법인 광장 법제컨설팀장은 “현재 제안된 법률 내용 자체로는 실질적인 업무범위를 변경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범위 관련해선 기존 의료법과 다르지 않다는 게 핵심”이라고 답했다.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의사단체에서 부정적인 입장인데 업무 영역과 관련해서 별도 추가적인 업무가 없는 것으로 본다”며 “오늘 발표한 진술인들도 이런 부분에 대해 서로 오해가 없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출신이었던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직역 간 업무범위를 무 자르듯 하기는 어렵다”며 “특히 방문간호, 가정간호에선 상당히 많은 회색지대가 있는데, 업무 하나 하나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간호사 출신인 최연숙 의원(국민의힘)은 “업무범위에 대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데, 상세한 업무범위는 간호법보다는 시행령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다”면서 독립간호법 제정 자체는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현재 발의된 법안은 간호사의 기존 의료법상 업무범위를 넘어서지 않기 때문에 의사단체와의 갈등은 일정 부분 봉합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간호조무사들과는 지속적인 협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의료인력의 한 축인 간호조무사들은 현 법안이 그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으며, 의료법을 베꼈다고 지적한다”며 진술인들에게 해법을 물었다.
허 의원 질문에 진술인으로 참석한 이주열 남서울대학교 교수는 “대한간호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가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선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 또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단체 간 의견조율이 어느 정도 됐는지 중요하다”고 질의했다.
이에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6개 단체가 소속된 보건의료발전협의체가 두 차례에 걸쳐 이야기를 나눴지만 계속해서 충돌이 있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답했다.
한편, 현재 발의된 간호단독법은 ▲최연숙 국민의당 의원안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안 총 세 건이다. 모두 간호 업무법위를 체계적으로 규율하자는 취지로 발의됐다.
최 의원 안(案)과 김 의원 안(案)은 간호사에 대한 인권침해행위 금지 규정을 담고 있다. 최 의원안의 경우 의료기관의 간호사 확충의무 및 처우개선에 대한 지침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