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지호 기자/
수첩] 지방 국립대학들이 소속 병원의 병원장과 상임감사 임명권을 갖지 못해 교육부 눈치만 보며 장기 표류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국립대병원 원장과 감사는 이사회 투표를 거쳐 복수로 추천하면 청와대 인사검증 후 교육부 장관이 임명한다. 국비 지원이 이뤄지는 만큼 교육부가 인사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학이 소속 병원 원장과 감사 조차 자율적으로 임명하지 못하는 것은 구시대적 유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인사검증을 이유로 인사가 늦어져 공석사태를 빚는 등 적잖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청와대와 교육부의 인사 검증이 철저한 검증 차원이 아니라 낙하산 인사를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올 2월 부산대병원은 상임감사 인사가 예상보다 한달 늦게 이뤄졌다. 3월 9일 교체됐어야 했던 상임감사가 교육부와 청와대 검증 절차가 늦어지며 4월 6일 임명됐다.
당시 부산대병원 관계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후보 2명의 자료를 교육부에 넘겼다”며 “왜 인선이 늦어지는지는 알 수 없다. 병원 감사는 전적으로 교육부 주관이기 때문에 그저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
지연된 인사에 새롭게 임명된 상임감사는 전임자에 이어 또 다시 親정권 인사였다. 결국 교육부와 청와대의 검증이 코드 인사 때문에 지연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그 외에도 올해 전북대병원 상임감사는 임기가 지난 7월 말로 끝났지만 교육부가 아직까지 후임자를 임명하지 못해 전임 감사가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전북대병원은 3년 전에도 후임 감사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재공모하는 바람에 8개월이나 인사가 늦어지기도 했다.
이사회 선거를 통해 복수의 인물을 무순위로 추천하지만 내부적으로 결정된 1순위자가 2순위자에게 밀리는 경우 적잖은 내부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전북대병원은 지난 5월, 7월 1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21대 병원장으로 정형외과 김정렬 교수와 외과 유희철 교수를 복수로 추천했다.
형식상 무순위지만 내부적으로는 김 교수가 1순위, 유 교수가 2순위로 알려졌다. 병원 내부에서는 1순위자인 김 교수가 차기 병원장으로 임명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1순위자 임명 관례를 뒤엎고 2순위자인 유 교수가 병원장에 임명되자 그 배경을 둘러싸고 병원 구성원들이 술렁였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사례는 더 많다. 2016년 충남대병원장, 2019년 경북대병원 임명 지연으로 인한 업무 공백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교수들은 “정부가 아직도 임명권을 쥐고 대학을 흔드는 것은 지성인의 집단인 대학의 자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병원장과 상임감사 선발은 연고로 밀어주거나 공신들에게 나눠주는 자리가 아니다. 전문성과 경영, 감사능력을 갖춘 인물이 맡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국립대병원 설치법을 현실에 맞춰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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