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환자 대신 찾아온 요양시설 직원에게 처방전을 교부하고 복약지도를 한 약국이 업무정지‧요양급여 환수처분을 받은 사건에 대해 법원이 부당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상훈)는 최근 환자 본인이 아닌 이에게 처방전을 발급(약사법 위반)했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은 약사 A씨가 낸 처분 취소소송에서 업무정지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2017년 보건복지부는 A씨가 운영하는 약국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A씨는 환자를 대리해 약국을 방문한 인근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는 직원에게 처방전을 교부하고 복약지도서를 건네준 사실이 밝혀졌다.
현행 약사법은 환자나 환자 보호자에게 복약지도를 하도록 해야 한다. 복지부는 A씨가 장기요양시설 입소자의 위임장 없이 요양원 직원 또는 제 3자에게 의약품을 준 것은 부당요양급여비용 청구라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 약국에 97일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 및 151일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A씨는 이 같은 복지부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A씨 변호인 측은 “촉탁의가 요양시설에 입소한 환자들을 진찰한 후 처방전을 발급했고, 해당 요양시설 직원은 환자들의 위임에 따라 처방전을 이 사건 약국에 가져왔다”며 “이후 약국에서 처방전을 수령해서 약을 조제한 후 복약지도서와 함께 교부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처방전에 따라 약품을 조제한 후 약사법에 따라 복약지도를 이행한 것”이라며 "약사법 위반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해당 직원과 촉탁의는 환자 또는 그 가족으로부터 위임장을 받지는 않았다.
이어진 재판에선 요양시설 직원이 복약지도 대상인 ‘환자보호자’가 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먼저 “현행 법률은 복약지도 상대방인 ‘환자보호자’ 의미에 대해 별도 정의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며 "이 경우 법령상 용어의 해석은 전반적인 취지,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약사법상 복약지도는 원래 목적했던 의약품의 효능, 효과를 얻게 함과 동시에 약물 과다 복용 또는 약물 간섭작용에 의한 부작용을 방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이러한 복약지도 의미와 목적에 비춰볼 때 ‘환자 보호자’는 단순히 환자와 민법상 친인척 관계에 있는지 여부에 따라 정해진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현행 노인복지법이 보호자를 ‘부양 의무자 또는 업무나 고용 등의 관계로 사실상 노인을 보호하는 자’로 규정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약사가 환자 본인의 위임장을 확인하지 않은 점에 대해선 “현행 약사법과 의료법은 환자 위임장이나 신분증, 또는 환자와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했다고 판단,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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