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근육 지방화가 많이 진행될수록 근육의 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근육의 질이 대사 건강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나왔다.
30일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내분비내과분과) 김홍규 교수팀은 건강검진 수검자 2만 명의 복부 CT 영상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대사성 질환 없이 건강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 전체 근육량은 큰 차이가 없었으나, 대사적으로 건강한 사람에서 질 좋은 근육이 현저히 많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즉 질 좋은 근육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대사적으로 건강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김 교수팀은 서울아산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20세 이상 성인(평균 52.9세) 2만659명의 복부 CT(컴퓨터 단층촬영) 영상을 활용했다.
영상 자동분석 프로그램을 통해 전체 복부근육(TAMA · total attenuation muscle area)을 각각 ▲근육 내 지방이 적은 건강한 근육(NAMA · normal attenuation muscle area) ▲근육 내 지방이 쌓여 건강하지 않은 근육(LAMA · low attenuation muscle area) ▲근육과 근섬유 사이 지방조직인 근육간지방조직(IMAT · intermuscular adipose tissue)으로 시각화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 교수팀은 전체 복부 근육(TAMA)에서 질 좋은 근육(NAMA)이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좋은 근육량 지표인 ‘NAMA/TAMA 지표’를 새롭게 개발했다. 지표가 높을수록 전체 근육량 대비 질 좋은 근육의 양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고혈압 전단계, 당뇨병 전단계, 고중성지방혈증, 낮은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복부비만 중 2개 이상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이거나 고혈압 또는 당뇨병이 있는 환자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비만하지 않으며 대사적으로 건강한 경우 남녀 모두 NAMA/TAMA 지표가 의미있게 높게 나타났다. NAMA/TAMA 지표가 낮은 하위 25% 그룹과 비교했을 때 상위 25% 그룹에서 대사적으로 건강하지 않을 가능성은 남성의 경우 28% 낮았고 여성도 43% 적었다.
이어 비만한 사람에서는 근육의 질이 대사 건강과 큰 연관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과도한 내장지방과 이소성지방(근육, 혈관, 장기 등 비지방조직에 쌓이는 지방)이 주는 해로운 영향이 건강한 근육이 주는 좋은 효과를 상쇄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풀이했다.
연구 책임자인 김홍규 서울아산병원 건강의학과 교수는 “비만한 사람은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체지방이 효과적으로 줄고 질 좋은 근육을 늘릴 수 있다. 마른 사람이 걷기 등 유산소 운동만 하는 경우도 많은데 질 좋은 근육을 늘려야 안전한 유산소 운동도 가능하므로 하체와 복근을 강화하는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인 몸 상태에 따라 적절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 비율 및 강도가 다를 수 있으므로 전문가 조언이 필요하며, 이렇게 두 가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고혈압과 당뇨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대규모 인원을 바탕으로 근육 질과 대사 건강 사이 연관성을 규명한 첫 결과물이다. 연구 결과는 미국비만학회가 공식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비만(Obesity)’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