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대한신경과학회가 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우리나라 자살 예방대책이 부끄럽다”며 SSRI 항우울제 처방 규제 현실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SSRI 항우울제는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로, 항우울제 중 전반적인 효능·안전성·내약성 면 등에서 우수한 효과를 보여 1차 선택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1990년대 이전에는 전세계적으로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할 수 없었으나, 1990년대 들어 ‘프로작’ 등 안전한 SSRI 항우울제가 시판되며 우울증 치료율이 유럽·미국 등에서 높아지고 있다.
해당 약물은 일반적으로 1년 이상 장기 복용해야 큰 효과를 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02년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내과·소아과·가정의학과·신경과 등 비 정신과에서 이를 처방할 시 60일까지로 그 일수가 제한돼 있다.
이에 학회는 "15년 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2020년 우울증 유병률 1위인 우리나라가 자살 주요 원인인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힘을 쓰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SSRI 관련 규제는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악성 규제”라며 “이 때문에 한국서 우울증 치료의 의료접근성이 30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비판했다.
학생 및 의료취약지 거주 노인 등이 우울할 때 주변에 있는 소아청소년과·내과 등 아무 의사에게 찾아가서 상담할 수 있는 접근성이 현저히 낮다는 지적이다.
학회는 “미국·유럽·호주·아시아·아프리카·중동 등에서는 모든 의사로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기가 쉽다. 반면 한국은 우울증 치료를 받기 위해 전체 의사 중 3%뿐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찾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정부는 자살예방대책을 열심히 세우겠다고 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우울증 치료를 규제로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며 국제적인 차원에서도 불합리한 규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한국을 방문한 일본의 가네모토 정신과 교수는 “위험한 삼환계 항우울제는 제한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가장 안전한 SSRI 처방을 제한할 수 있냐”고 항의했다는 전언이다.
호주 크레이그 앤더슨 교수도 “국민 정신건강을 정신과에만 맡기는 것은 가장 부적절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홍승봉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은 “미국에서는 간호사도 SSRI 항우울제를 처방하는데 한국 의사들은 국가 규제로 처방을 못한다”며 “한국은 우울증 환자들에 있어 지옥이며 우울증 치료에 있어 비정신과 의사들의 지옥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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