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전 세계 재활로봇 시장이 성장하면서 국내에서도 성과를 보이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의 성장을 독려할 지원은 열악해 보인다.
특히 재활로봇을 이용한 보행치료는 여전히 수가를 인정받지 못해 시장 자체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99년 스위스에서 최초로 개발한 재활로봇은 많은 연구에서 효과를 입증해 왔다.
일례로 일산백병원이 불완전 척수손상 환자 13명을 대상으로 로봇보조 보행치료 효과를 연구한 결과, 보행 속도와 보행 거리, 균형감각, 혼자 걸을 수 있는 보행 기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진은 "재활로봇 보행치료를 시행한 경우 보행기능이 2.2배, 균형감각은 1.2배가 향상됐다"고 밝혔다.
재활로봇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내 산·학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강북삼성병원은 재활로봇을 도입해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병원은 특히 가상현실을 이용하던 기존 방식에 재활로봇을 연동해 치료효과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재활로봇이 환자에게 톡톡한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현실에는 다소 괴리가 있어 보인다. 재활로봇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재활로봇을 이용한 보행치료는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다. 로봇을 이용한 치료가 수작업으로 하는 치료와 비슷한 1만5000원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다.
때문에 병원에서는 효과가 좋더라도 고가 장비를 도입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업계도 고충이 클 수밖에 없다.
국내 로봇 제조 전문기업 큐렉소 관계자는 “로봇치료가 수기치료보다 효과가 좋다는 사실은 여러 임상 실험에서도 입증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수가를 인정받지 못하다 보니 병원에서 장비를 도입하는데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현재 국내에서 큐렉소 재활로봇을 도입한 병원은 20곳이다. 전국 재활의학과가 600여 곳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5%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수가 앞에 재활로봇 시장이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신준호 국립재활원 과장은 “재활로봇이 보급되기 위해서는 로봇을 활용했을 때 수익이 보장돼야 하는데, 현재 수가를 인정받지 못하다보니 병원에서 재활로봇을 구입할 동기가 없다”며 현 상황을 설명했다.
신 과장에 따르면 현재 미국을 비롯해 독일, 스위스, 캐나다, 싱가폴의 경우 재활로봇을 이용한 보행치료 시 비수가를 인정받을 수 있다. 특히 가까운 일본의 경우 재활로봇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를 바꾸는 노력을 하고 있다.
신 과장은 특히 "수가를 비롯해 정부가 의료기관과 업체에 현실적인 지원을 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재활로봇 보급해 임상 근거를 확립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상지재활로봇의 경우 메타분석 등을 통해 수기치료보다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입증되고 있으나, 현재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면서 “재활로봇 보급을 확대해 임상 효과를 확립해 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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