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제약업계가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일대 혼란에 빠졌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원료‧제조물로 인한 시민 피해도 포함된 까닭이다. 업계는 의약품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데다 이중 처벌이 우려되는 만큼 정부에서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달 말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로서 중대채해처벌법 지난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지 약 8개월 만에 도입 초읽기 단계에 진입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은 2022년 1월 27일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 등 공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한 ‘중대산업재해’ 및 ‘중대시민재해’ 2가지에 적용된다.
중대산업재해의 경우 공중이용시설에서 발생한 사고 또는 질병으로 인한 피해에 적용된다. 질병의 경우 화학적 인자에 의한 급성중독 및 급성중독에 준하는 질병만이 적용 대상이다. 노동계가 요구했던 과로, 난청, 심혈관계질환, 근골격계 질환 등은 ‘급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적용대상에서 제외됐다.
중대시민재해의 경우 원료 및 제조물 또는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 등의 설계‧제조‧설치‧관리 결함으로 인해 사망‧부상‧피해가 발생할 경우 적용된다.
중대시민재해의 경우 ▲사망 1명 이상 ▲동일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 10명 이상 ▲동일 원인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질병 10명 이상 발생시 적용된다.
제약업계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중대시민피해’ 항목에 문제점이 있다는 의견이다. 제약업계 특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까닭에 이중 처벌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특성상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고, 환자 몸 상태에 따라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예측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오·남용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의약품에도 일반적인 원료 및 제조물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제약업계는 사실상 융단폭격을 맞게 된다”고 말헀다.
그는 또한 “이미 오·남용 없이 발생한 피해를 보상하는 의약품 피해구제제도가 마련돼 있다”면서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발사르탄 사태 이후 원료 등 불순물에 대해서도 제약업계가 구상금 등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적용된다면 이는 사실상 이중 처벌이나 마찬가지”라고 답답함을 피력했다. “
하지만 정부는 "제약업계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 관계자는 “제약업계도 원료·제조물 결함으로 인해 시민들 피해가 발생할 경우 당연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업계 반응은 나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맞춰 최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수용 분위기에 반해 제약업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겠다는 강경 목소리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본사의 경우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해 전사 차원에서 안전보건관리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총괄조직을 신설한다는 방침”이라며 “사고 예방을 위해 법정의무사항 외에도 각종 캠페인 및 안전 관련 교육을 정례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협회 차원에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의약품 안전사고는 대부분 기업뿐만 아니라 규제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인지한 이상 반응이 드물게 특정 환자에 발현하는 것인데, 이는 의약품의 본질적 특성에 따른 것”이라며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다른 제조물과 다르게 분류해야 한다. 약사법상 전문적 관리기준과 처벌 규정으로 일원화해 관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제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데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이중 적용을 통해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협회에서 이미 주무 부처인 환경부에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앞으로 시행 전에 해당 시행령에 대한 보완 및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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