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감각 수용체 경로 발견에 공헌한 연구자들이 수상했다. 하마평에 올랐던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경우 수상이 불발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는 데이비드 줄리어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UCSF) 교수와 아르뎀 파타푸티안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하워드 휴즈 의학센터 교수를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줄리어스 교수와 파타푸티안 교수는 인체가 감각을 느끼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용체 발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줄리어스 교수는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수용체 ‘TRPV1’을 최초로 발견한 연구자다.
줄리어스 교수는 고추 등에 들어있는 매운 맛을 내는 성분인 캡사이신이 어떻게 통각을 유발하는지 연구하는 과정에서 TRPV1을 발견했다.
TRPV1은 이온 채널 통로의 일종으로 27도 이상 온도에서는 따뜻함을, 42도 이상 고온에서는 뜨거움으로 인한 통각을 유발한다. 이때 캡사이신은 TRPV1에 결합해, 마치 뜨거운 것에 닿은 듯한 통각을 느끼게 한다.
줄리어스 교수는 이후 추가 연구를 통해 추위로 인해 활성화하는 TRPM8를 비롯한 다양한 온도 감지 수용체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파타푸티안 교수는 기계적 자극으로 인해 활성화되는 수용체인 ‘Piezo1’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기계적 자극에 둔감한 유전자를 식별했고, 해당 유전자가 이온채널의 일종인 Piezo1 수용체 생산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파타푸티안 교수는 Piezo1 외에도 유사한 작동 기전을 가진 Piezo2도 함께 발견했다.
이후 추가 연구를 통해 Piezo1과 Piezo2가 고유감각에 관여, 혈압과 호흡 및 방광 조절 들 중요한 생리적 조절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학계에서는 이번 노벨상 수상자 선정이 기초과학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수상자들의 연구야말로 기초과학 연구가 신규 치료법을 비롯해 치료제 개발 등 의‧약학 발전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한희철 고려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수상자들 연구는 우리 몸이 어떻게 감각을 받아들이고 느끼는지를 규명한 중요한 연구”라며 “이미 TRPV1을 타겟으로 한 관절염 치료제가 시중에서 쓰이고 있다. 이후에도 여러 수용체가 발견되면서 새로운 치료법들이 개발 중에 있다. 생리학적 발견이 새로운 의학적 요법 및 치료제로 연결된 중요한 일례”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노벨생리의학상은 코로나19 백신 개발 수상 여부로 인해 주목을 받아왔지만 무산됐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중심 연구자인 카탈린 커리코 바이오엔테크 수석 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지난 9월 27일 ‘미국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래스커상을 수상하면서 기대감을 모았다.
이에 대해 박병주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노벨상 선정 과정은 일반적으로 1년 전부터 진행된다. 지난해 9월부터 추천을 받아서 의견 취합과정을 거쳤을 것”이라며 “지난해 9월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 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백신 접종이 본궤도에 오른 만큼 빠르면 내년, 적어도 수년 내에는 수상자 후보로 거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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