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정치권에서 여성 전공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법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성 전공의 임신 및 출산 보장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대체인력 등이 미확보된 상황에서 시행할 경우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우려는 전공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학회는 물론 수련이 이뤄지는 병원 모두 동일한 반응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역시 신중론을 견지하는 모습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법률안은 지난 7월 의사 출신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나흘 간격으로 발의한 전공의법 개정안이다.
해당 개정안은 방사선 의료기기 이용 등 임신 또는 출산에 유해하거나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여성 전공의를 보호하기 위해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준수토록 명시했다.
만약 이에 위반할 경우 수련병원의 장에게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신 의원은 임신, 출산와 관련된 모성권은 물론 부성권도 보장하고 여성 전공의 보호를 위해 수련환경평가위원회는 특정 성별이 60%를 초과하지 않게 구성토록 하는 개정안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 대해 병원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히려 역차별과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병원협회는 최근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전공의법 개정안과 관련한 의견서에서 이 같은 우려를 전했다.
병협은 “병원 내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여러 직종 중 여성 전공의에게만 적용할 별도의 규정 마련이 필요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사선 의료기기 관련 개선이 필요하다면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안전관리 규칙’ 등 관련 규정 보완을 통해 해당 종사자 전체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임신, 출산, 수유 관련 유급휴가 실시 관련 개정안에 대해서도 반감을 나타냈다.
전공의의 모성권과 부성권 보장을 위한 유급휴가 실시는 수련환경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을뿐더러 해당 개정안은 수련병원에게 과도한 규제라는 입장이다.
수평위 위원의 특정 성별 10분의 6 초과 금지와 관련해서도 오히려 전공의법 취지인 수련환경 개선과 우수 의료인력 양성의 발전적 논의에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학회들도 대한의사협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해당 개정안에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방사선 의료기기 사용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대한영상의학회는 해당 개정안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대한영상의학회는 “방사선 관련 수련은 현대의학에서 필수적인 내용인 만큼 임신 전공의의 경우 개인 선량 측정장치를 복부에 부착하는 등 별도 조치 후 수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임신 또는 출산에 유해, 위험한 환경은 모든 전공의에게 동일하다”며 “전공의들의 위험환경을 구체적으로 정하되, 필수 수련항목과 상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병리학회도 “명백하게 위험한 작업이나 환경으로 인정돼 여성 전공의를 해당 업무에서 배제해야 할 항목에 대해 아직 알려진 바가 없고 관련 근거가 부족하다”고 일침했다.
대한내과학회는 “보건복지부령에 정하는 사항에 구체적인 시행령이 없이 법안을 개정하는 것은 법률적 오용 가능성이 높아 구체적 시행령을 동시에 개정하는 게 적절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