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뇌전증 환자 3명 중 1명이 약물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치료 옵션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대한뇌전증학회 역학위원회가 지난 2009년부터 2017까지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 뇌전증 발병률은 2009년 10만명 당 28.7명에서 2017년 35.4명으로 늘었다.
유병률은 2009년 1000명 중 3.4명, 2017년 1000명 중 4.8명에 달했다. 연령대별로는 75세 이상 고령층에서 발병률이 대폭 늘었고, 성별은 연령에 관계없이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환자는 늘고 있지만, 기존 약물로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도 많아졌다. 뇌전증은 기본적으로 약물로 치료하지만 환자에게 적합한 기전을 사용해야 한다. 2개 이상 약물로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는 중증 난치성 질환에 해당된다.
한국보건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뇌전증 환자의 30%가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환자들은 급작스럽게 사망하거나 지속 발작으로 인한 뇌손상·인지기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위험하다.
실제로 관련 의료진 경험도 해당 통계와 유사했다. 대한뇌전증학회가 뇌전증 치료전문가(응답자 90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가지 약물로도 발작 조절에 실패한 환자 비율이 진료환자의 26.9%를 차지했다.
응답자들은 발작조절 실패 원인으로 ▲효과부족 57.4% ▲이상반응 20.4% ▲순응도 18.6% 등을 꼽았다. 특히 효과 부족에 대한 응답은 응답자들의 소속 병원 유형·임상경험·지역·전문지식 등을 불문하고 일관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4.5%)은 대안으로 ‘새로운 항경련제 추가’를 제시했다.
조사를 실시했던 서대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전문가들은 5개 이상 약물을 복용해도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약제를 추가할 경우, 작용기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서 “이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위해 새로운 항경련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약물 여러 제제를 복용해도 발작 조절 등이 되지 않다보니 복용 약제 개수가 늘어날 수 있는데, 이는 부작용·순응도 등에 대한 우려·부담을 높이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현재 급여가 적용되는 국내 항경련제는 18개인데, 환자 별로 적합한 약물 조합이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선택 가능한 작용 기전 폭이 넓지 않다”며 “새로운 옵션이 적극적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 치료제들을 기존 약과 병용해 사용해보고 효과가 있으면 복용 약제 개수를 줄이는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K바이오팜 ‘세노바메이트’·유씨비 ‘브리비액트’ 등 신약 개발 활발
최근 여러 약물로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뇌전증 치료에 집중한 신약이 활발히 개발되며 옵션 확대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은 최근 중국에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임상3상 시험의 첫 환자 등록을 마쳤다. 해당 약물은 1~3개의 약물을 복용해도 부분 발작이 멈추지 않는 다국적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한 임상시험에서 발작 빈도를 유의하게 낮췄다는 설명이다.
투여군 28%에서는 발작이 소실되기도 했다. 현재 국내·일본에서도 3상을 진행 중이며, 해당 치료제는 미국 상품명 ‘엑스코프리’, 유럽 상품명 ‘온투즈리’로 알려져 있다.
바이오팜솔루션즈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치료신약 ‘JBP0S0101’의 임상 2상 승인을 받았다. 소바젠도 최근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 ‘SVG101’의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 이는 소아 뇌전증의 주요 원인인 국소피질 이형성증 2형 치료에 쓰일 수 있다.
지난 2019년 3월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은 유씨비제약의 신약 ‘브리비액트’는 5개 이상 약제로도 발작 조절에 실패한 난치성 환자 등을 대상으로 유효성·안전성을 입증했다.
뇌내 시냅스 소포 단백질 2A에 작용하며, 기존 치료제보다 20배 높은 흡수력을 지녀 경련증상을 신속히 완화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