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정부가 일선 학교의 보건교사 배치인원을 확대키로 하면서 병원계의 시름이 늘어날 전망이다.
일정 규모 이상 학교에 보건교사를 늘리기로 했지만 수 천명에 달하는 보건교사 자리가 새롭게 생길 경우 일선 병원들의 간호사 인력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다.
교육부는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학교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는 지난 5월 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 보건교사를 2명 이상 두도록 한 학교보건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다.
이전까지는 학교 규모와 관계없이 보건교사 1명만 배치돼 학생 수가 1000명이 넘는 과대 학교의 보건교사는 업무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근 코로나19 등 감염병 확산으로 등‧하교 발열체크, 방역용품 관리 등 학교현장에서 학생 안전 확보를 위한 보건교사 업무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집단생활을 하는 학생들의 안전과 교육 필요성이 커지고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라 보건실 방문 학생 수가 증가하는 등 보건교사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실제 학생 1인 당 보건실 이용건수를 살펴보면 초등학교는 2018년 8.2건에서 2020년 9.3건으로 늘었고, 중학교 역시 8.1건에서 9.3건으로 증가했다.
이에 지난 5월 규모가 큰 학교의 경우 2명 이상의 보건교사를 두도록 하는 학교보건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36학급 이상으로 기준을 설정했다.
36학급을 기준으로 학급수가 2배 늘어나면 1명의 교사를 추가 배치하도록 해 72학급 이상이면 3명을 둬야 한다.
문제는 인력이다. 보건교사는 별도 과정을 이수해 교원자격증을 발급받은 간호사 면허자로 국한된다. 즉, 간호사만이 보건교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개정안과 같이 일정 규모 이상의 학교에 보건교사를 2명 이상 두도록 할 경우 초중고에 315명, 유치원에 784명 등 1099명이 추가 배치될 전망이다.
그에 따른 인건비 예산은 초중고 4770억원, 유치원 1조1874억 등이 소요될 것으로 교육부는 추산했다.
병원계는 갑작스런 보건교사 확대가 진료현장의 임상 간호사 유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며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간호사가 부족한 상황에서 구인난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 간호사 수는 OECD 보다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이고, 보건복지부 추계에서도 간호인력 부족이 점점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로 선별진료소, 국민안심병원, 감염병 전담병원 등을 운영하면서 더 많은 간호인력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개정안은 인력난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만성적인 간호인력 부족과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보건교사 배치를 강화할 경우 간호인력난을 심화시켜 코로나19 대응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선 학교에서 보건교사 부족 문제 해결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고 간호인력 수급 개선에 대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간호계는 유휴간호사 만으로도 충분히 배치 가능한 규모라며 병원계 우려를 일축했다.
수도권 간호사회 한 임원은 “중소병원 간호인력난은 간호사 부족이 아닌 열악한 처우 때문”이라며 “보건교사 추가 배치로 인력난이 심화될 것이란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침했다.
이어 “보건교사 배치인력 확대는 학생들 건강권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며 “유휴간호사는 물론 예비간호사들의 지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