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진료실 밖에서 조직을 이끌거나 강연에 나서는 의사들에게 유용한 경험자들의 조언이 나왔다.
7일 열린 대한의학회 학술대회 제 20차 임원 아카데미에서 장성구 대한의학회 前 회장과 정지태 대한의학회 회장은 각각 기조강연과 특강을 펼치며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의학 관련 학회 대표, ‘무사안일 명예직’ 아닌 리더십 발휘 기회 인식 필요”
먼저 장성구 前 회장은 ‘의학학술단체 대표와 리더십’이란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국내 의학계 종주단체를 이끈 경험이 있는 그는 의학학술단체의 대표에 대해 “전문 경영인이 아닌, 구성원 중 하나로 생각하는 듯하다”며 운을 뗐다.
그는 “비상근 대표인 학회 대표는 개인적으로 더 중요한 직책에 매여 있고 단순히 ‘명예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편으론 권한이나 물적, 인적 지원 요소가 그다지 크지 않아 리더십 자체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크지 않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때문에 학회 대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적 성취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접근을 통해 지도자 자질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기 부여를 위해선 스스로가 대한민국 학술단체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명예직이 아닌 ‘회원들에게 봉사하는 자리’란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학술단체란 조직의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와 관련, 장 전 회장은 “의학회란 특수한 집단의 특징은 구성원들의 동질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 새로운 소속감이나 자존감을 부여하기 힘들다는 것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적인 조직인 만큼 ‘큰 과오 없이 임기를 마치는 것’이 영예로 여겨지곤 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리더의 역량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쟁이 아닌 연공서열에 따라 임명돼 어떤 사명감을 갖기 쉽지 않은 만큼, 개인 인식이 리더십 발휘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이야기다. 그는 대한의학회 회장을 역임할 당시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장 전 회장은 “대한의학회는 국내 의학 학술단체의 중심이지만, 다른 회원학회 역할을 존중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며 “회장을 역임할 당시 대한의학회의 사회적 역량강화 방안을 수립할 때도 회원학회 존재감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고민이 깊었다”고 회고했다.
학회 내부적으로는 더 많은 구성원들에게 책임감을 함양시키기 위해 ‘분권적 지배구조’ 전략을 선택했다고 소개했다.
장 전 회장은 “사업 전체를 5~8개 부문으로 분리해 다섯 명의 부회장들이 이끌게 했다. 각 부회장 산하에 담당이사와 직원을 배치해 각각의 권한 하에 책임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술단체 대표는 오로지 봉사하는 자리로 명예는 모든 봉사가 효율적으로 성취됐을 때 회원들로부터 부여되는 것”이라며 “경험자로서 지도자의 인문학적 접근에 대한 노력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학술대회 발표, 의사는 ‘발표 전문가’ 아니지만 충분한 준비와 연습이 만족스런 결과로 이어져”
계속해서 정지태 대한의학회 회장은 이날 ‘학술대회 발표시 자주 겪게 되는 울렁증’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펼쳤다.
정 회장은 “적잖은 의사들이 학술대회 연자로 나설 때 걱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회원들이 한번쯤 고민했던 주제에 대해 얘기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연자로 나설 때 빈맥, 떨림, 입이 마르는 증상 등이 나타나는데 이러한 불안증상을 전문용어로 행위불안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중 앞에 나서는 학술대회 강연은 이러한 증상이 동반될 타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으로 여겨진다. 한 마디로 ‘발표 울렁증’은 치료가 필요한 질병은 아니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들의 발표 울렁증을 없애는 데는 ‘연습’이 최선의 해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중 가운데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들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발표 전에 실제 상황을 여러 번 연습하면 훨씬 마음이 안정된다. 또 자신의 강연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살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또 발표가 진행되는 중에 청중들 반응을 지나치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발표를 하다보면 하품하는 사람, 옆 사람과 잡담하는 사람,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이 보인다. 순간 ‘내 강연이 재미없나’란 걱정에 휩싸이기도 하는데, 사실 우리가 다른 강연을 들을 때를 생각해보면 무의식 중에 이 같은 행동이 나온다. 크게 유념치 않고 자신의 발표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강연 중 청중과의 소통이 중요하지 않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는데, 우리는 ‘강연 전문가’가 아니다. 필요 이상의 부분에 큰 신경을 할애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물론 아무리 열심히 준비한 강연이어도 기대한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계획한대로 일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흔하다. 이런 대범한 생각을 가지고 임한다면 강연에 대한 부담감도 덜 수 있다”고 마무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