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약 150억원을 들여 ‘유니티’를 도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국내에는 이미 양성자 암 치료기가 가동 중에 있고, 오는 2023년에는 중입자 치료기 운영이 시작되는 등 암 환자 수요를 빨아들일 요인이 산재해 있는데, 병원은 유니티를 들여오면서 틈새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궁극적으로는 환자 본인부담은 그대로 두고, 부작용은 낮추는 등 환자 유치에 힘을 쏟겠다는 각오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3일 오후 병원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니티 도입과 이로 인한 청사진을 내놨다.
실시간으로 종양 위치 파악 가능해서 ‘부작용 ↓ 효과 ↑’
MR-LINAC 유니티는 선형가속기(LINAC)와 1.5T 고해상도 자기공명영상(MRI)을 하나의 장비로 융합한 실시간 영상추적 방사선치료기다. 유니티는 의료기기 업체 엘렉타가 가장 최근에 개발한 기기로 전 세계 22개병원에서 운영 중에 있고, 국내서는 강남세브란스병원에 금년 8월 도입됐다.
유니티의 가장 큰 장점은 치료 중 환자 움직임이나 호흡으로 인한 종양 위치 변화를 추적해 방사선 조사 부위를 ‘최소화’한다는 점이다.
기존 방사선치료는 CT나 X-ray를 통해 종양 위치를 정적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실제 종양의 크기보다 넓게 범위를 잡아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예를 들어 CT 등을 통해 방사선 조사 면적을 1.5cm 정도로 잡는다면, 유니티는 고해상도 MRI를 통해 5mm까지 줄인다.
특히 유니티에 장착된 1.5T MRI는 3T MRI에 버금가는 고해상도 영상을 제공하는데, 정상조직과 조양의 경계 구분은 물론 종양 내부까지 관찰 가능하다. 이 때문에 간암, 췌장암, 전립선암, 직장암 등에 효과적이다.
김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종양학과장은 “장비의 장점은 치료 부위를 확인하고, 장기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치료 범위를 최소화해서 부작용을 줄일 수 있어 환자 삶의 질이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치료 효과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귀하신 ‘몸’ 손익분기점 길어야 ‘4년 7개월’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약 150억원에 달하는 귀하신 몸을 도입한 이유는 양성자 치료기 도입의 어려움, 중입자 치료기 운영 시작으로 인한 부담감에 기인한다. 삼성서울병원, 국립암센터 등 양성자 치료기의 경우 규모가 축구장 크기의 절반에 비견할 만하고,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 치료기 쓰임새와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유니티가 연세암병원이 들어설 중입자 치료기와는 다른 수요를 만들어내고, 나아가 연세암병원과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큰 돈이 들어간 유니트의 손익분기점은 길어야 5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이라 봤다.
우선 병원은 중입자 치료기와 유니트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군이 다를 것으로 예상했다. 김 과장은 “MRI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와 중입자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는 다르다”며 “서로 경쟁한다기 보다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연세암병원에서 간암·소화기 암 등 환자를 보내줘 치료했고, 중입자 치료기가 가동되면 더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귀하신 몸의 손익 분기점은 5년 이내가 될 전망이다. 유니티 하루 치료 환자가 40명일 경우에는 ‘2년 1개월’로, 30명 ‘2년 10개월’ 20명 ‘4년 7개월’로 잡았다. 단 현재로 하루 치료 인원 20명은 가뿐히 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학회 차원서 영상치료수가 반영 위해 심평원과 논의 중이고 신의료기술 보상도 추진
그렇다면 타 병원들은 왜 유니티를 들이지 못 했을까.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약 150억원에 달하는 비싼 몸값 외에도 ‘영상치료수가’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앞서 상술한 것처럼 유니티의 경우 환자 호흡이나 움직임에 따라 종양 위치가 변하기 때문에, 의료진이 이를 관찰해 치료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 쉽게 말해 의사의 손을 더 많이 타는 장비라는 것이다.
새로운 장비임에도 환자 본인부담률은 5%에 불과, 기존 방사선 치료기와 다르지 않다. 더욱이 빠르게 발전하는 의료 장비 및 기술과 비교했을 때 수가체계 개선을 더디기만 하다.
학회에서는 영상치료수가가 반영 될 수 있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논의 중이고, 신기술 등장 시에도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보건복지부와 협의 중이다.
김 과장은 “그동안 국내 도입이 어려웠던 이유는 장비가 워낙 고가인 것과 더불어 치료 과정에서 추가 되는 의료진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가가 추가 되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장비 활용도 및 효율성 등이 확인되면 타 병원에서도 도입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실제로 BIG5 병원 중 한 곳에서 유니티를 보러 강남세브란스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