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최근 의료 패러다임이 의료진 중심에서 환자 중심으로 전환되며 병원들 고민이 커졌다. 대형병원에 비해 인력 등의 문제로 이러한 패러다임에 신속히 대응키 어려운 중소병원들에 “환자 민원 등을 감추지 말고 개선을 약속하고 개선 상황을 공개하라”는 조언이 나왔다.
16일 열린 한국헬스케어디자인학회(KSHD) 추계학술대회에서 ‘환자경험평가 의료현장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가 열렸다. 환자경험평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실시하며, 환자들이 경험한 의료서비스 수준을 확인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이날 김수정 호인 대표·김영진 시화병원 PI 실장·강기혁 제천명지병원 부원장(호흡기내과) 등은 ‘중소병원 환자경험 관리 전략 노하우’를 발표했다.
병원 환자경험 서비스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김수정 호인 대표는 “환자는 한정돼있지만 병원은 늘어나기 때문에 환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서는 불만족 요인을 제거하고 그 다음 만족 요인을 만들라”고 강조하며 네이버 영수증 리뷰 등 온라인 상 후기를 예로 들었다.
김 대표는 “환자가 긍정적 후기를 보고 올 확률보다 부정적 후기를 보고 안 올 확률이 더 높다”며 “감정적으로 쓴 후기는 사람들이 정보로 잘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크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쓴 글의 경우, 일방적 비방이 아닌 이상 개선하겠다고 답을 다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요즘 기업들은 미완성 제품을 내고 고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병원들은 민원을 감추려고 하는데, 이를 공개하고 환자들과 함께 해결해나가고 있다고 외부에 공개하면 입소문을 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외부업체에 모니터링을 맡길 여력이 없다면 가장 객관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신입 직원에게 병원 모니터링을 맡겨보는 것도 좋다. 교육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진 시화병원 PI실장도 의견을 보탰다. 김 실장은 “민원이 없는 병원은 죽은 병원”이라며 “경영진은 환자를 이해하고 직원을 이해하는 차원에서 항상 이를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며 경영진의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그에 따르면 시화병원은 최근 환자경험평가위원회를 새로 만들었다. 운영 집행부를 경영진·의료진·간호부·진료지원 담당자 등으로 구성하고 매주 회의를 하고 있다.
또 고객경영팀·간호부가 주도해 퇴원 환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보통 퇴원이 아침에 이뤄지다 보니 시간이 부족한 점을 감안, 퇴원 예고를 통해 시간을 확보해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환경적으로는 노약자·임산부 등을 위해 무료 발레주차 서비스와 면회가 제한된 입원환자의 물품 이송서비스도 제공한다. 검사실 명칭도 숫자로 바꿔 외국인 환자들도 알아보기 쉽게 개선했다.
“인력부족·환자 특수 중소병원에 평가기준 다양화 필요”
이들에 따르면 중소병원은 대형병원에 비해 환자경험평가 자체에 대응하기 어려운데, 인력 차가 주 원인이다. 다양한 직군·의료 인력이 있어 전담 인력 배치가 가능한 대형병원에 비해 중소병원은 전담부서를 마련하기도 어렵다.
환자군 특수성도 문제다. 강기혁 제천명지병원 부원장은 “시골 중소병원에는 만성질환자·항암치료 휴지기 환자·요양원 환자 등이 많다”며 “이들은 병원을 반복적으로 다니다 보니 병원에 요구하는 수준이 굉장히 높아 평가를 잘 받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평원은 대상 환자를 선택할 때 중소병원의 특수성과 환경을 고려해 다양한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제천명지병원은 내부인력을 선발해 환자경험평가 TF를 구성하고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퇴원 시 작성하는 간호기록지를 치료계획·주의사항이 더 잘 보이도록 리뉴얼했다. 입원 안내문도 글자가 빼곡했던 점을 개선, 가독성을 높인 팜플렛으로 교체했다.
또 노인 환자가 의사에게 할 말을 자주 잊어버리는 점을 감안, 회진 메모지를 배부해 질문들을 미리 적을 수 있도록 했다. 강 부원장에 따르면 제천·영원·단양 지역에 소아 입원 병실이 있는 곳은 제천명지병원이 유일해, 소아 낙상을 예방하고 보호자 편의를 위해 평상 침대를 배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