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출신] 신희섭 기초과학연구원(IBS) 전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71)이 퇴임 이후에도 여전히 열정적인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 출신 뇌 과학자로 국가과학자 1호 타이틀을 보유한 신 위원은 고희(古稀)가 넘은 나이에도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고, 바이오벤처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등 여전히 왕성한 현역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었다.
IBS는 신 위원이 이끄는 IBS 연구팀과 조일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단장이 공동으로 ‘초소형 무선 뇌 신호 측정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경쟁 상황에서 목표물을 얻는 것보다 지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인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바이오센서스 앤드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s and Bioelectronics) 10월 5일자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블루투수 무선통신 및 신호분석 칩을 적용해 생쥐의 뇌 활동을 무선으로 실시간 동시 측정 및 분석 가능한 ‘초소형 무선 뇌 신호 측정 시스템’을 제작했다. 3.4g의 가벼운 무게로 동물 행동에 제약을 주지 않는다.
이후 연구팀은 경쟁 시 행동과 뇌 활동 간 연결고리를 찾고자, 공복 상태 생쥐 2마리를 놓고 먹이 경쟁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내측 전전두엽이 경쟁 중 목표물 뺏기와 지키기 행동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뇌 활동이 먹이를 빼앗을 때보다, 빼앗은 이후 이를 지키는 행동으로 전환할 때 더 격렬해진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뇌가 경쟁 상황에서 목표물 쟁취보다 지키는 행동을 더 중요하게 인지한다는 의미다.
신 위원은 이번 연구에 대해 “자유롭게 행동하는 동물 간 경쟁에서 중요 행동 유형을 발견하고 이에 따른 뇌신호를 관찰한 것은 이번이 최초”라며 “이번에 개발한 측정 시스템을 경쟁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성 연구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신 위원이 70세를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SCIE(과학인용색인확장판)급 학술지에 교신저자로 논문을 발표하는 등 여전히 왕성한 현역 연구인으로 활동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신 위원은 지난해 퇴임을 끝으로 공식적인 IBS 업무를 마무리했지만 명예연구위원으로서 여전히 연구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신 위원은 서울대 의대 출신 뇌 과학자로, 코넬대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수료한 뒤 임상의 대신 뇌과학자의 길을 택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포항공대와 KIST를 거쳐 IBS에서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을 역임하면서 뇌과학 분야 석학으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에는 대한민국 1호 국가과학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신 위원은 퇴임 이후 바이오벤처 에스엘바이젠 대표이사로 부임, 재직 중이기도 하다. 에스엘바이젠은 성영철 제넥신 회장이 설립한 바이오벤처로, 퇴행성 뇌질환의 유전자 세포치료 기술 개발 기업이다.
신 위원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IBS 재직 당시부터 진행해왔던 뇌의 공감 능력 연구를 중심으로 여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사업적 목적으로 개발 중인 까닭에 자세히는 밝힐 수 없지만, 에스엘바이젠에서도 뇌 관련 연구개발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꾸준히 관련 연구에 매진해온 덕에 지금까지도 연구자로서 일을 지속할 수 있었다”며 “또 IBS 등 연구기관에서 기초의학자들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 덕도 있다. 처음 연구할 때만 해도 의사 출신 연구인이 부족했지만, 지금은 IBS 사업단 단장만 2명이나 더 있을 만큼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의사 출신 연구인들이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후배 연구자들을 위한 조언을 구하자 “사실 후배 연구자들에게 내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조언할 위치는 아니다”라며 “다만 후배 연구자들에게 각자 위치에서 본인이 선택한 연구를 꾸준히 하라고 말하고 싶다. 많은 국내 연구진들이 지금도 각자의 연구를 훌륭히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많은 연구인들이 주목을 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