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대표적인 바이러스 감염병인 ‘C형 간염’의 조기검진이 높은 비용 효과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의료계는 전 국민 C형간염 조기검진 시범사업의 필요성을 피력해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시범사업을 진행, 현재 그 결과를 검토 중이다.
20일 간(肝)의 날을 맞아 열린 한국간재단과 대한간학회 공동 기념식·토론회에서 연자로 나선 장영 순찬향의대 교수(내과)는 지난해 진행됐던 시범사업의 결과를 소개했다.
이 시범사업은 지난해 9~10월 두 달간 1964년생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총 10만 4918명이 참여했다. 검진을 받은 대상자 중 0.75%(792명)에게서 C형간염 항체 양성이 확인됐다.
양성자 중 60% 이상은 과거에 C형간염 검사를 받아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또 70% 이상은 과거에 진단 받은 적이 없던 C형간염을 처음 진단받은 사람이었다.
장 교수는 “비용-효과 분석에서 모든 대상자를 1회 검진하는 전략이 검진을 시행하지 않는 전략에 비해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1회 검진시 점증적비용효과비(ICER)가 816만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임계값인 3583만원보다 훨씬 적은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검진을 1회 받았을 때 해당 질환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크게 감소한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해당 시범사업은 조기검진 효과를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 참여도 역시 높아 조기에 성공적으로 종료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의료진들은 C형간염 조기검진이 제도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재준 대한간학회 홍보이사는 “의료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C형간염 환자 조기 진단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에 대해 응답자 중 78.9%가 ‘국가건강검진항목 포함’이라 답했다”며 “또 성인 대상 검사에 급여를 적용해야 한다는 응답도 40.5%나 됐다”고 말했다.
또 이날 토론회에선 간 질환과 관련한 다양한 정책 제언이 나왔다.
대표적인 간 질환인 간경변증과 관련해 장재영 대한간학회 의료정책이사는 “지방간 등 원인질환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홍보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에서 예후 개선 효과가 있는 치료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확대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에 대한 교육‧상담료 기준 마련 및 급여 적용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의 질병군 분류 개선 ▲산정특례제 도입 등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선 대한간학회와 한국간재단의 활동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
최근 학회는 8년 만에 ‘한국인 간질환 백서’ 개정작업을 마쳤다. 이 백서는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 간질환 흐름과 근래 변화를 정리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향성 등을 담았다.
이한주 대한간학회 이사장은 “이번에 개정된 백서는 국내 의학자와 의료인들이 간질환 극복을 위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동참의 메시지”라며 “향후 국가적 간질환 관리정책의 지침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기념식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민석 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한광협 원장,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을 비롯하여 대한의학회 정지태 회장(고려의대 교수), 대한간암학회 고광철 회장(성균관의대 교수)이 현장과 온라인으로 참석해 축하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