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국정감사에서도 화제가 됐던 고가 첨단치료제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의 국산화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벤처 큐로셀은 KAIST가 개발한 치료제 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삼성서울병원과 임상1상을 진행 중이다. 내년 초까지는 1상을 마무리하고 2상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김찬혁 KAIST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차세대 CAR-T 치료제 기술을 개발해 공동 창업한 큐로셀에 이전했고,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CAR-T 치료제는 인체 면역세포인 T세포에 CAR 유전자를 도입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전적으로 변형한 유전자 세포 치료제다. 1회 투여만으로도 효과가 볼 수 있어 ‘원샷 치료제’ ‘기적의 치료제’ 등으로 불린다.
연구팀이 개발한 CAR-T 치료제는 개량형 CAR-T 치료제로, 면역관문 수용체를 조절해 치료 효과를 개선한 제품이다.
면역관문 수용체는 T세포의 과도한 활성을 억제시키는 단백질이다. 일부 암세포는 면역관문 수용체 인식 부위를 과발현해 T세포 공격을 회피하기도 한다. 실제 이를 활용한 면역항암제 등도 시장에 출시된 상황이다.
연구팀은 면역관문 수용체 중 ‘PD-1’과 ‘TIGIT’(티짓) 두 가지의 발현을 억제한 CAR-T를 개발했다. T세포 억제 기능을 줄여 CAR-T의 치료 성능을 높인 것이다.
KAIST 생명과학과 김찬혁 교수는 “기존 CAR-T 치료제는 급성백혈병에서는 80% 이상 효과를 봤지만, 만성 백혈병이나 림프종에서는 50%나 그 미만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어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개발에 착수했다. 림프종 환자가 많다는 점도 주목했다. 동물실험을 통해 기존 CAR-T보다 림프종에서 효능이 더 뛰어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큐로셀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원석 교수 주도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 내 투여 완료를 앞두고 있다. 내년 학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큐로셀 김건수 대표는 “식약처로부터 임상 1‧2상 허가를 모두 받았다. 1상 완료 시점에 곧바로 2상에 진입할 것”이라며 “9명을 대상으로 하는 1상의 경우 1명에게만 더 투여하면 마무리된다”고 말했다.
투여 완료 이후 1개월 간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다. 결과 분석 기간까지 고려하면 연내 1상 결과 발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 대표는 “내년 춘계학술대회에서 공식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상 결과 발표 이후에는 곧바로 65명을 대상으로 한 2상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큐로셀 측은 CAR-T를 국산화하고 비용 문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AR-T 치료제는 ‘원샷 치료제’ 외에도 ‘5억 치료제’라는 별명도 있는데, 1회 투여에 5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한 까닭이다.
올해 3월 국내 허가를 받은 한국노바티스의 CAR-T 치료제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는 1회 투여에 5억원이 필요한 만큼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에겐 ‘그림의 떡’으로 여겨졌다.
지난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급여 타당성을 인정받으면서 급여화 가능성을 열었지만, 상당한 비용이 필요할 전망이다.
킴리아 가격 문제는 최근 열렸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초고가 약품 등재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고 재정 부담을 최소화할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같은 당 김성주 의원 역시 “영국의 항암제 기금처럼 민관 합동으로 별도 기금을 마련해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건수 대표는 “연구개발 단계에서 약가를 논하기는 어렵다"며 "시설 투자‧운영비용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시장에서 최소 억 단위 차이는 나야 사업성이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회사 측에서도 이를 감안해 가격을 책정한다는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