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우리나라는 R&D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좋은 의료 기술을 갖고 있고, 인력도 뛰어나지만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혁신적 의료기술을 개발할 수 없다. 뛰어난 과학도 있고, 뛰어난 의학도 있지만 그 둘을 연결시켜주는 의사과학자가 없기 때문이다.”
21일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종합학술대회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김하일 교수는 '의과학자 양성 필요성과 현황'을 주제로 발표하면서 국내 바이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의사과학자 양성 중요성을 강조했다.
‘의사과학자’는 의사이면서 충분한 기간 동안 과학자 및 공학자 훈련을 받은 사람이지만 주업으로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을 뜻한다.
김하일 교수는 “최근 뉴스위크에서 평가한 세계병원 순위를 보면 100위권 안에 국내 병원이 7곳이나 포진돼 있는데 국내 병원 및 임상기술은 최고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R&D에 투자하는 규모가 9위에 해당될 정도의 선진국인데 왜 국내서는 코로나19 백신을 비롯한 혁신적 의료기술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그는 “우리나라는 혁신 신약품을 개발한 경험이 없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불가능할 것이다. 바이오 분야의 국가 경쟁력 또한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국내에는 뛰어난 과학도 있고 뛰어난 의학도 있는데 그 둘을 연결시켜주는 의사과학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의사과학자 부족 문제는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는데 신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매년 배출되는 3300명 의사 중에서 기초의학 선택하는 사람은 30명 미만에 불과하다”며 “바이오헬스가 대한민국 3대 성장동력이지만 의사과학자 없는 한국에 노벨상도 나올 리 없다”고 말했다.
김하일 교수는 “국내 의사과학자는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부족하다”며 “의사 중 깊이 있게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이 없다”며 “의사과학자가 부족하니 생명과학과 여러 가지 공학기술, 의학 사이에 융합이 일어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사과학자 양성프로그램…신기술 개발 역량 갖춘 혁신 시급
김하일 교수는 의사과학자 양성의 초점을 진료와 연구 양립 가능한 교수가 아닌 우리 사회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산업계에 진출할 수 있는 혁신가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내 의사과학자를 ▲티어1은 임상진료와 연구활동을 병행하는 대학병원의 임상교수 ▲티어2는 실험실을 운영하며 연구 역량을 보유한 임상교수 ▲티어3은 전일제로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의사과학자 ▲티어4는 연구개발혁신가로 분류했다.
김 교수는 “티어1과 티어2의 의사과학자는 현재도 양성이 잘 되고 규모도 어느 정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의사과학자는 백신이나 신약처럼 완전히 새로운 의료기술, 혁신적인 신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회사를 창업하는 의사과학자로 티어3, 4의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렇게 하기 위해 현 의사과학자 양성 체계에 질적 및 양적 혁신이 필요하다”며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 프로그램을 가져올 것이 아니라 국내 체계에 맞게 미래에 어떤 사람이 필요할까를 고민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빅 파마가 없는 국내 의료현실에서 삼성전자 같은 회사가 나오기 위해 의사과학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며 “의료와 마찬가지로 연구도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기에 의사이면서도 다른 분야에서 최고 수준에 근접하게 다다를 때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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