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1차 의료기관에서 장폐색을 진단받은 뒤 내원한 환자에게 15시간만에 수술을 실시한 대학병원에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18민사부(재판장 이원신)는 환자 A씨 유가족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 학교법인이 원고 유가족 측에 2억8800여 만원을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앞서 2018년 A씨는 복통과 구토 등 증상으로 이 사건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복부 CT촬영을 진행한 의료진은 A씨에게서 허혈성 가능성이 있는 기계적 장폐색이 나타남을 확인했다. 유착성 장폐색을 진단한 의료진은 A씨에게 입원조치를 취했다.
의료진은 이튿날 평균 4시간 간격으로 관찰을 지속했다.
그런데 이날 오후 화장실에 간 A씨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다. 맥박이 측정되지 않자 의료진은 즉각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그를 중환자실로 옮겼다.
뇌 CT와 골반 CT등을 촬영한 의료진은 A씨 증상을 유착성 장폐색증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진단했다.
이에 소장 절제 등 수술을 실시했으나 A씨는 회복하지 못하고 수술 5일 후 사망했다.
이에 A씨 유가족 측은 병원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장폐색 증상이 악화되고 있었음에도 이를 감지하지 못하고 제때 수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내원 전 방문한 의원에서 이미 장폐색 소견을 받았는데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 복부 CT촬영 영상 판독 결과에 대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촉탁 결과에 따르면, A씨는 응급수술 조기 시행까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며 "진료기록 감정의는 'CT 결과에서 닫힌 고리형 장폐색이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소장으로 가는 혈류에 장애가 발생하는 증상도 나타났는데, 이는 응급수술 조기 시행까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는 의견을 기재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원 후 A씨 상태가 악화되고 있었음에도 입원한 때로부터 15시간만에 그를 진찰한 소속 당직의는 활력징후와 배액상태를 확인한 후 비위관 제거를 지시한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이 진찰 시점은 장폐색 증상이 발생한 때로부터 거의 만 하루가 경과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망 원인이 된 패혈증 및 후유증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수술 지연으로 인해 장폐색 증상이 악화된 데 원인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 교액성 장폐색의 경우 즉시 응급수술을 하더라도 비교적 높은 비율로 합병증이 발생하는 점, 기계적 장폐색은 일반적으로 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지켜보는 것을 우선하는 점을 감안해 병원 측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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