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전국 병원들의 벤치마킹 ‘0순위’로 꼽히는 중소병원 원장이 상급종합병원을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던졌다.
H+양지병원 김상일 원장은 27일 열린 KHC(Korea Healthcare Congress 2021 ‘상급종합병원제도,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하 포럼에서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김 원장은 먼저 “작금의 상급종합병원은 불필요한 경증환자 쏠림으로 인해 중증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잃는 역차별 현상이 빚어지고, 이는 곧 건강보험 재정 누수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러한 현상은 일부 가입자의 의료 이용에 대한 도덕적 해이와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결정 등이 맞물려 빚어낸 결과”라며 "지난 20년 동안 상급종합병원은 건강보험을 위협하는 공룡이 돼 버렸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부 역시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 정책을 맞췄고, 이는 결국 환자쏠림에 대한 제어장치가 가동되지 못한 상태에서 상급종합병원들이 무소불위 권력을 쥐게 됐음을 질타했다.
김상일 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은 지난 20년 동안 왜곡된 역사 속에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공룡 역할을 이어왔다”며 “이제는 이러한 상황을 바로잡아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그는 두 사례를 통한 작금의 수련교육 상황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김 원장은 “해외 대형병원 견학시 단골 질문이 적은 진료량과 병원 운영 방안”이라며 “진료 비중이 절대적인 국내 상황과는 상반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작년 전공의 파업때 상급종합병원 기능 마비는 값싼 의료진 노동력 현실 확인"
특히 지난해 전공의 총파업 당시 전국 상급종합병원들의 진료기능이 마비된 부분에 대해 진중한 천착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상일 원장은 “전공의 파업으로 전국 상급종합병원 진료 기능이 마비된 것은 값싼 노동력에 의지하려는 대학과 병원 의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대학병원 교수들의 연구와 교육 부재 문제도 제기했다. 지나치게 과도한 진료로 인해 전공의 교육과 연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분석이다.
김 원장은 “대학병원 교수들이 진료 실적에 치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교육과 연구에 미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는 임용을 유지하거나 승진을 위한 최소한의 자격요건 수준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단순 진료량을 기준으로한 지침은 왜곡된 의료를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일 원장은 작금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여러 방안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참석자들은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현상 해소 방안으로 △전국, 권역, 지역으로 구분한 범위 확대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단순한 상급종합병원 갯수 늘리기나 지정기준 강화 등은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인 원인 분석과 함께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들의 확실한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의미가 있을 것”이라면서 “의료진에 대한 불신 해소를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 해소 방안으로 교수들이 타병원에서 경증질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상일 원장은 “이제부터라도 상급종합병원이 제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파견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며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