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올해부터 처음으로 공식 시행 중인 가운데, 환자와 보호자 만족도는 높지만 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확장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제도 지속을 위한 시스템 보완과 함께 입원전담전문의 역량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대한외과학회는 11월4~5일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2021년 추계학술대회에서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를 주제로 전문가 발표를 진행했다.
입원전담전문의란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입원부터 퇴원까지 진료를 책임지고 전담하는 전문의다. 지난 2017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뒤 금년 1월부터 본사업으로 전환돼 본격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병원 현장 만족도는 ‘우수’ 앞으로 제도 정착은 ‘과제’
우선 의료 현장에서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오승종 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전 세계적으로 병원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입원전단전문의 필요성은 더 더욱 중요해졌다”며 “입원전담전문의는 현장에서 수술 전후를 담당하면서 진료 지속성을 유지하는 현장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윤진 연세대 간호학과 겸임교수는 “입원전담전문의는 신속하게 고위험군과 응급환자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인력으로, 치료계획 수립에 중추적 역할을 한다. 간호사 입장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존재는 입원환자를 돌보는 데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김임경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도 “외과 전공의들은 최근 주 80시간 제한이 시행되면서 수술실에서 경험을 쌓는데 과거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입원전담전문의는 현장 전문가로서 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 외과 전공의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수술 전후에 대한 경험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계는 제도 정착이 성공이었냐는 질문에는 의문 부호를 던졌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실시 첫해를 완전한 성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정은주 신촌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연구회장)는 “입원전담전문의 수는 지난해보다 11% 늘어났지만, 아직 제도 자체가 성공적으로 정책했는지는 의문”이라며 “다양한 전공 분야 의사들이 입원전담전문의로 전환하고 있는데, 과연 현 제도 하에서 입원전담전문의들이 모든 수술 전후를 잘 전담할 수 있을지는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현장에서 입원전단전문의가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라는 인식이 약한 편이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지, 또 시스템은 어떻게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양과 질 모두를 키워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앞으로 의료기관 지원도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전담전문의 역량 강화”라며 “만약 성공적으로 제도를 정착시킨다면, 향후 적은 비용으로 훨씬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역량 강화 방안은 과연 무엇
이에 현장 의료계는 입원전담전문의 역량 강화를 위한 저마다의 시각을 들고 나왔다.
박치민 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수술 후 수액요법 패러다임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와 달리 수액요법을 제한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골자다.
박치민 교수는 “수액이 너무 없어도 문제지만, 너무 많이 투여해도 환자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지금은 과거와 달리 수술 부위가 줄어들었고 인한 체액 손실도 감소했다. 20년간 수술법은 많이 바뀌었는데 수액요법은 아직 이에 발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환자의 수술과 상태, 식이요법 등을 고려한 제한적이고 적절한 수액 투여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영 신촌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수술 후 관리 핵심인 ‘상처 치료’에 대한 지견을 소개했다.
박민영 교수는 “과거와 달리 상처 자체뿐만 아니라 상처 가장자리, 그리고 상처 주변 환경까지 상처 회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수술 환자의 상처는 상처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술 후 상처 치료 과정에서 상처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수술 문제의 흔적이 있는지 유무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영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외과 교수는 수술 환자의 항생제 사용에서 주의해야 할 점을 짚었다.
홍 교수는 “예방성 항생제와 치료성 항생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적으로 인공보형물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예방성 항생제를 권고하지는 않는다. 수술부위나 지역 환경 등을 고려해 수술 중 적정 수준의 항생제 농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홍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는 ERAS(수술 후 조기회복 프로그램) 도입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 교수는 “ERAS가 재입원율을 낮추고 입원기간도 줄이며 병원에도 비용적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는 것은 학계 정설이다. 다만 ERAS를 전면 도입하는 데는 아직 어려움이 있다. 우리 병원에서도 ERAS로 프로토콜을 통일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마취과 등 타과와의 합의도 필요해 100% 적용은 힘든 상황”이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