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서울대학교병원이 위탁 운영 영역을 넓히면서 각 정부부처의 관리 휘하에 편제되는 모습이다.
각 부처가 설립한 의료기관 위탁을 거의 독점하면서 위상은 고공행진 중이지만 역으로 눈치를 봐야 하는 관리 주체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국립 서울대학교병원의 주무부처는 교육부다. 의료기관인 만큼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국립대병원들 편제와 관리 권한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국립대병원들은 주무부처를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이관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복지부의 관리‧감독이 상대적으로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서울대병원이 복지부로부터 완연하게 독립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병원 이사회에는 주무부처인 교육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차관이 이사로 참여 중이다.
서울대병원의 눈칫밥 상대는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 위탁 운영 중인 의료기관을 감안하면 서울대병원이 상대해야 하는 행정부처는 확 늘어난다.
일단 서울대병원은 30년 넘게 보라매병원 운영을 맡으면서 서울특별시 관리를 받고 있으며, 2019년부터는 국립교통재활병원을 위탁 운영하면서 국토교통부와 호흡을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4년부터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쉐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을 위탁 운영하면서 외교부와도 수시로 소통하는 중이다.
여기에 시흥배곧서울대병원 설립 사업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최종 통과하면서 본격적인 추진에 돌입한 상태다.
이에 따라 경기도 시흥시와 긴밀한 협업 체계를 가동함과 동시에 예산 배정 권한을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 눈치를 보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설립되는 국립소방병원 위탁 운영이 확실시 되면서 행정안정부 및 소방청과의 호흡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사업주체인 소방청은 추진 단계부터 서울대병원이 운영해 주길 희망하고 있지만 국내외 위탁 운영 기관이 많은 서울대병원 입장에서는 아직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일 충북 음성군 맹동면 충북혁신도시에서 국립소방병원 기공식이 열렸다.
총 사업비 1400억원이 투입되는 국립소방병원은 지상 5층, 지하 2층에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급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개원 시기는 2024년으로 계획돼 있다.
소방청은 이 달 중으로 특수법인을 설립해 국립소방병원을 실제 운영할 위·수탁 의료기관을 선정할 계획이다. 우수한 의료진 확보가 중요한 만큼 위탁 기관에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공고를 통해 참여기관을 모집할 예정이지만 소방청은 MOU를 맺은 서울대병원이 맡아주길 내심 바라고 있다. 설립위원회에 서울대병원 고위 관계자를 포함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구체적인 운영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특수목적 병원인 만큼 소방관 진료비 전액은 국가가 보조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운영기관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게 소방청 입장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현재도 서울대병원으로부터 인력 구성,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도움을 받고 있다”며 “위탁 운영까지 맡아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