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신경계 질환이 있으면 복잡하고 어려워 같은 의사도 꺼릴 정도로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질병이 많다. 하지만 중증도 평가에 있어서는 불리한 평가를 받고 있다. 신경과 질환 대부분은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한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돼야 한다.”
김현영 한양대 의대 신경과학교실 교수는 지난 14일 대한신경과학회가 개최한 2021년도 추계학술대회에서 ‘중증도-왜 중요하고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발표하며 신경과 중증도 평가의 문제를 지적하고 환자분류체계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환자의 중증도는 병원들이 진입을 염원하는 상급종합병원 평가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중요하다고 평가받는다.
김현영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지정은 진료기능과 교육기능, 인력‧시설‧장비, 질병군별 환자 구성 비율, 의료서비스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며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질병군별 환자 구성률로 특히 입원환자 중증도 비율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 따르면 전체 입원 환자 중 중증(전문진료질병군) 비율이 44% 이상인 경우 만점을 부여했는데 사실상 만점을 받지 못한다면 탈락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의료체계는 질병군 분류를 위해 상병(진단명)이나 시술 등을 이용해 외래나 입원환자 질병군을 임상적 측면이나 자원소모 유사성 등에서 유사한 그룹으로 분류하는 ‘환자분류체계’를 가장 널리 사용하고 있다.
입원환자용 환자분류체계(KDRG)는 질병군을 총 2721개로 세분화해서 전문진료질병군과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나누고 있다.
“신경과 질환 대부분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 필요하고 KDRG 제도 개선 시급”
김현영 교수는 “신경과 의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질병 중 하나인 뇌경색의 경우 수술이나 시술이 없으면 중증도에 대한 고려 없이 자동적으로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되고 있다”며 “이러한 분류가 실제 진료현장에서 느끼는 중증도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가를 생각하면 많이 아쉽고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같은 뇌경색이라도 금방 호전되는 경우나 언어장애가 너무 심해 의사소통이 어렵고 활력징후가 오락가락하는 경우, 폐렴이나 심장질환 등 합병증이 많아 치료에 어려움이 있고 단기간 입원이 필요한 경우 등 증상 차이가 천차만별”이라며 “그런데 시술이나 수술이 없으니 무조건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하는 것은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신경과 영역에서 전문진료질병군은 ▲수술을 받았거나 ▲뇌에 암이 있어 치료받았거나 ▲운동뉴런질환 ▲탈수초성 질환 ▲근육 질환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반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된다.
김현영 교수는 “신경과의 많은 영역들은 응급실 상황을 접해보면 어느 정도 전문성이 필요한지 금방 알 수 있다”며 “타과의사들은 신경계 질환이 있으면 복잡하고 어렵다는 이유로 잘 보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일반진료질병군에 속하는 기타 퇴행성 신경계 질환은 현 정부가 강조하는 치매와 연관이 있는데 중증 치매는 다양한 기저질환 및 타장기 질환이 반드시 동반되기 때문에 중증질환자로 취급된다”며 “급성 신경계 감염 역시 뇌, 척수 감염이 심하면 심각한 손상이 발생해 퇴원 시 걸어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신경과 질환 대부분은 수술이나 시술이 없다고 해서 일반질병이 아니고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한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돼야 한다”며 “타과질환 환자와 비교해볼 때 과연 이런 분류가 타당한가 생각해보고 KDRG 분류 자체가 바뀌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학술대회에 참석한 강길원 충북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전문진료질병군 비율이 진료과별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며 "혈액종양내과나 순환기내과는 전문진료질병군 비율이 70~90%나 되는 반면 정형외과, 신경과, 산부인과 등은 10~20%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역시 KDRG의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요한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사무관은 “뇌경색 등은 5기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 있어 전문진료질병군으로 분류될 수 있도록 최대한 검토하고 있다”면서 “KDRG 자체 문제점에 대해 내부적으로 알고 있으며 문제점을 보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질병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분류하기 위해 KDRG 자체가 보수적으로 관리돼 왔기 때문에 불만이 발생하는 것 같다”며 “의료기술 발전에 의해 새로운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은 모두들 공감하기 때문에 제도 개선을 위해 학계와 현장에서 좀 더 많은 의견을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