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셀트리온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가 유럽 허가를 받는 데 성공하면서, 제약‧바이오업계와 주주들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매출 확대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의료계는 렉키로나와 항체치료제 시장이 그리 전망이 밝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먹는 경구용 치료제 출시를 앞둔 상황에서 시장 재편을 피할 수 없는데다, 우회적인 돌파구도 셀트리온이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자사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를 최종 허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11일 유럽의약품청(EMA) 회의에서 승인 권고 의견을 결정한 지 하루 만의 일이다.
이에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와 주주들은 렉키로나의 이번 EMA 허가가 향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이어지면서 셀트리온의 렉키로나 수출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감염내과를 중심으로 항체치료제에 대한 비관론이 나왔다. 이미 시장이 경구치료제 중심으로 개편 중인 만큼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 감염내과 A교수는 “기존에 쓰던 램데시비르나 렉키로나주는 모두 주사제로 병원에서만 처방할 수 있다”며 “아무래도 경구제보다는 복용 편의성이 떨어진다. 치료제로서 입지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감염내과 B교수는 “항체치료제와 경구치료제는 발병 초기 경증 또는 중등증 환자에게 처방하는 약으로 처방 대상이 겹친다. 하지만 경구치료제는 항체치료제와 달리 동네의원에서도 처방받을 수 있다. 특히 위드 코로나 상황에서 재택치료 증가 시 투여 편의성은 더 더욱 중요해진다. 시장 재편은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영국에서는 이미 미국 머크사의 코로나19 경구치료제에 대해 허가를 내렸다”며 “화이자의 경우 머크사보다도 임상 결과가 좋아 고위험군 대상 추가 임상을 중단하고 신속허가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머크와 화이자가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를 받게 된다면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셀트리온이 전화위복 기회를 스스로 놓아버렸다고 지적했다. 예방적 치료제로서 효능을 검증하는 임상을 중단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봉민 의원(무소속)은 지난 2월 25일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신약개발사업, 2020년 2차 선정과제 협약 포기의 건’을 통해, 셀트리온이 렉키로나가 예방적 항체치료제로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임상시험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 측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해 12월 정부지업사업 선정 이후 채 한달이 지나지 않아 정부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 포기서를 제출하고, 사업선정 협약 진행 중단을 결정했다.
앞서 B 교수는 “항체치료제가 경구제보다는 복용 편의성이 떨어지지만, 투여 이후 항체가 체내에 일정 기간 머무른다는 장점이 있다”며 “백신이 능동적 면역 주입이라면 항체치료제는 수동적 주입이다. 렉키로나의 체내 주입 후 반감기가 1개월가량이라 약 3개월 정도는 방어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셀트리온이 예방적 치료제로서 임상을 진행해 허가를 받았다면, 아나필락시스 이력 등으로 백신을 접종받지 못하거나 백신 부작용을 우려하는 사람들에게 항체치료제를 일종의 백신 대체제로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셀트리온은 그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고 밝혔다.
A 교수 역시 “현재 화이자나 머크 등 경구치료제들도 모두 예방적 수단으로서 임상을 계획 중인 상황”이라며 “렉키로나가 뒤늦게 예방적 치료제로서 임상을 진행하고 허가를 받는다고 해도 시장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근본적인 타개책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셀트리온 관계자는 “우리는 렉키로나를 순수한 치료 목적 치료제로 개발했다. 현재로써는 시중에 출시된, 또는 출시 예정인 코로나19 치료제 중 예방적 목적의 치료제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외에 별도 드릴 말씀이 없을 것 같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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