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석션팁을 소독한 뒤 재사용한 치과의사에 대한 면허정지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5부(재판장 정상규)는 일회용 석션팁을 재사용(의료법 위반)했다는 이유로 6개월의 면허정지처분을 받은 치과의사 A씨가 낸 처분 취소 청구를 최근 기각했다.
앞서 A씨는 2019년 12월~2020년 4월 하루 약 50명의 환자를 진료하면서 1일 3회 미만 정도 일회용 석션팁을 재사용했다.
복지부는 이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2020년 6개월 면허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처분에 불복한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어진 재판에서 A씨는 "석션팁을 소독한 뒤 재사용해 환자에게 아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어떠한 부당한 이득을 취한 바 없으며, 다른 유사 사건과 비교해서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비례 및 평등 원칙을 위반하고 재량권 일탈 및 남용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고의, 과실 상관없이 치과의사가 일회용 석션팁을 재사용해 내원 환자 입안에 직접 접촉하며 진료행위를 하는 경우, 환자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의료질서를 훼손하게 될 우려가 크므로 이를 엄격히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일회용 석션팁을 완전히 멸균 소독하지 않은 채, 재사용하면 곰팡이나 바이러스에 환자가 노출될 우려가 있고 혈액을 매개로 한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도 부인하기 어렵다"며 "일회용 의료용품 재사용에도 불구하고 의사 본인 노력 여하에 따라 언제나 위험상황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밖에 ▲치과 도구는 전용 세척액으로 닦고 고열로 소독하는 경우가 일반적임 ▲이 사건 의원 감염관리실이 어떻게 유지·관리되며 재사용 전에 어느 정도로 소독을 한 것인지 확인할만한 객관적 자료가 없는 점 ▲환자 생명·신체에 위해(危害)가 발생할 위험을 초래한 점 등을 이유로 들며 이 사건 처분이 부당하지 않다고 봤다.
끝으로 다른 사건보다 처분이 가혹하다는 주장에 대해 "유사 사건에서 이 사건 처분보다 더 가벼운 제재조치가 내려진 경우가 있다고 할지라도, 사안별로 구체적인 처분 양정의 요소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처분 결과만을 단순 비교해 가혹한 조치를 선택하는 등 평등 원칙의 위배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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