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병원 청소노동자들이 “병원 규모가 크고 깨끗해지는 만큼 청소노동자 휴게 공간도 보장해달라”고 호소했다.
유명 某상급종합병원에는 청소 노동자를 위한 마땅한 휴게 공간이 없어 임시 설치된 컨테이너박스 등에서 쉬고, 某공공병원에서는 협소한 공간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 수십명이 자가격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2021 병원 청소노동자 휴게실 실태 증언대회’가 열렸다. 증언대회는 정춘숙·장철민·강은미 의원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노조)이 주최했다.
이날 증언에 나선 청소노동자 A씨는 서울 소재 지상 20층, 지하 5층 규모 상급종합병원에 근무 중이다.
A씨는 “600여 명의 청소노동자가 휴게 시간에 갈 곳 없이 떠돌고 있다. 계단 밑, 직원용 엘리베이터 앞, 폐기물 보관장소 등에 앉아 쉰다”며 “코로나19 이후 방역조치가 강화되며 숨쉴 틈이 더 없어졌고, 휴게실도 제공해주지 않으면서 구석에서 물을 마셨다는 이유로 병원은 경위서를 쓰게 했다”고 털어놨다.
경기 소재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청소노동자 B씨는 “가장 많은 인원인 90명이 이용하는 본원 휴게실은 지하주차장 한복판에 있어 너무 시끄러워 쉴 수 없고 환풍기·에어컨이 고장난 상태다”며 “많은 사람이 한 공간서 쉬다 보니 병동서 감염된 동료가 휴게실서 쉬다가 수십명이 자가격리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병원 측은 휴게실이 위험하다며 휴게실을 두 달 정도 폐쇄해버렸다”고 씁쓸함을 표했다.
이날 보건노조 김경규 전략조직위원장은 병원 휴게실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기간은 금년 7월 2일부터 7월 12일까지며, 조사 지부는 9개 새봄지부(분회)다. 서울아산병원·고대안암병원·이화의료원·강릉아산병원·대전을지대병원·성빈센트병원·원자력의학원·전북대병원·전북예수병원 등이다.
조사 내용은 ▲휴게실 유무 ▲휴게실 남녀 분리 여부 ▲휴게실 환기 정도 ▲휴게실 냉난방 시설,세면 및 샤워시설,세탁시설 여부 ▲휴게실 만족도 및 개선사항 등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인 C병원의 경우, 남성휴게실이 없어 컨테이너 박스를 이용하고 있었으며, 냉난방시설 및 샤워실도 없었다.
공공의료기관인 D병원의 경우 화재 발생으로 인해 5개월 째 컨테이너를 임시휴게실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쥐가 출몰하는 등 불청결했다는 설명이다. 식수가 없어 청소노동자들이 개인적으로 음용수를 구입해 마셨던 것으로 드러났다.
E병원은 휴게실이 아예 없었으며, 노동자들이 계단 밑에서 휴식을 취했는데 이를 발견한 사측은 이들에게 경위서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자들은 폐기물 박스가 쌓여있는 계단 밑에서 박스를 깔고 쉬었다는 설명이다.
나순자 보건노조 위원장은 “병원건물은 날이 갈수록 크고 깨끗해지고 있지만 건물을 온종일 쓸고 닦는 병원 청소노동자의 노동환경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올해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돼 원청 휴게실 설치 의무가 부여됐지만, 구체적인 휴게실 기준을 마련하는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기대가 꺾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1인 당 최소 면적 기준, 환기시설과 냉난방 장치 등 환경 기준 등이 포함된 시행령을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은미 의원(정의당)은 “병원에 휴게실이 있더라도 대체로 공간은 비좁고, 건물은 크고 세련됐지만 청소노동자의 휴게공간은 너무 열악했다”며 “복지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최소 기준 마련 시행령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회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