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매년 11월은 ‘폐암 인식 증진의 달’로 11월 17일은 미국흉부외과의사협회가 폐암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고, 환자 지원을 독려하기 위해 제정한 ‘세계 폐암의 날’이다. ‘암중의 암(癌)’이라 불릴 만큼 치명적이고 발견이 쉽지 않은 폐암은 지난 20년간 국내 사망률 1위였다. 동시에 최근에는 환자 치료에 있어 가장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암 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1993~1995년 12.5%에 불과했던 국내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14년~2018년 32.4%까지 향상됐다. 이는 국내외 제약사들의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과 함께 폐암환자 치료에 전력해온 임상현장 의학자들의 헌신과 공로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데일리메디가 폐암 치료를 선도하고 있는 주요 대학병원 교수 6명을 만나 국내 폐암환자 추이 및 현황, 국산신약을 비롯해 치료제 개발, 정부 정책 지원과 제도 개선 목소리를 담았다.
[편집자주]
1)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
2)안명주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3)강진형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
4)김혜련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5)한지연 국립암센터 최고연구원
6)이대호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폐암 4기 진단을 받은 환자는 3~6개월 정도 생존했다. 폐암은 증상이 거의 없어 진단이 늦고 전이가 빨라 '어려운 암'으로 꼽혔다. 그러나 최근 몇 년새 폐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폐암도 5년 생존 넘어 10년, 완치 기대 질환으로 변모"
유방암, 위암처럼 폐암도 5년 생존율을 논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한 발 더 나아가 10년 생존율, 완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질환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를 가능케 한 동력은 폐암 치료제의 눈부신 발전 덕분이다. 과거의 항암 치료는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모두 공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지금은 암세포만 타깃(표적)으로 섬멸한다.
뿐만 아니라 환자 몸에 있는 면역세포를 활용해 암세포를 공격하기도 한다. 효과는 크고 부작용은 획기적으로 줄인 표적, 면역항암제의 등장은 환자에게 '사형 선고'에 가까웠던 폐암에 대한 공포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안명주 삼성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사진]는 "다양한 치료제 발전으로 유방암은 10년 생존율을 이야기한다. 폐암에서도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 안 교수가 근무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폐암 분야에서 국내는 물론 글로벌 '톱(Top)' 의료기관으로 손꼽힌다. 지난 2008년 국내 최초로 최대 규모 암센터를 오픈한 이후 2013년 '암 정복'이란 비전 하에 암병원으로 격상, 의료진 중심 의료문화를 혁신코자 국내 최초로 암 질환별 센터화를 구축했다.
최신 시설과 장비는 기본에 혁신적인 프로토콜 구축, 수준 높은 임상연구를 통해 국내 암 환자의 약 12%를 치료했다. 특히 폐식도암센터에서 치료한 폐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50.7%로 세계적인 수준이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수술 후 낮은 유병률과 사망률, 짧은 재원기간 그리고 적은 수술 비용 등 다양한 척도에서 국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암 치료는 물론 예방·연구까지 3박자를 고루 갖추며 '환자 행복을 위한 의료 혁신'을 실천하고 있다.
"환자 개인 맞춤치료 확대해서 성과 높이고 있으며 다학제 협진 큰 역할"
안명주 교수는 "신약 개발, 신의료기술 등 연구 분야를 기반으로 한 암 특성화로 개인 맞춤 치료를 확대해 환자 치료 성과를 향상시키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방침을 결정하는 '다학제 협진'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폐암 및 두경부암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안명주 교수는 신약 개발 임상에 다수 참여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의 임상은 물론 국내 제약사가 이끄는 폐암 치료제 개발에도 참여, 성공적인 성과를 냈다.
안 교수는 기초는 물론 전임상, 임상, 폐암, 뇌전이 환자에서 표적치료제 치료효과 검증을 위한 다수의 국제 및 국내 임상 연구를 비롯해 면역치료제 연구까지 포함해 SCI 논문 250여 편 이상을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폐암 극복을 위해 환자와 사투를 벌이며, 혁신적인 신약 개발로 치료 전략 다변화에 기여하고 있는 안명주 교수를 삼성서울병원에서 만났다.
-폐암 발병 원인은
폐암의 원인은 흡연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서양과 달리 한국을 포함한 동양에서는 비흡연 폐암 환자도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 30%가 비흡연자에서 폐암이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다른 암에 비해 유독 폐암을 더 두려워할까
높은 사망률이 이유로 보인다. 국가암통계를 보면 2018년 기준 폐암 환자는 2만8500명 정도로, 위암 다음으로 많이 발생한다. 반면 사망률은 2000년부터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폐암이 다른 암에 비해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폐암 사망률이 높은 까닭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조기 발견이 어렵다. 폐암 환자가 증상이 있어 내원하면 보통 3~4기 정도 되고, 15% 정도는 증상이 없이 진단된다. 둘째는 조기 발견이 되더라도 재발이 잘 된다. 조기 발견해 수술을 하더라도 폐라는 장기 특성상 전이가 잘 된다. 폐는 외부 공기와 내부 이산화탄소와 산소를 교환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혈관이 많이 분포돼 있다. 아주 조기라고 하더라도 혈관을 통해 암 세포가 뇌를 포함한 전신으로 쉽게 퍼져나간다. 1기로 수술을 하더라도 5년 내 재발률이 다른 암종은 5% 수준인데 비해 폐암은 20~30%다. 병기가 올라가면 재발률은 더 높아진다.
-최근 폐암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말기 폐암=사망'이란 인식이 깨지고 있다
그렇다. 폐암은 치료 불가능한 암에서 치료 가능한 암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10~15년 사이 폐암 치료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어서다. 진단, 치료 등 각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인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먼저, 고위험률 환자에 있어 저선량 CT(컴퓨터 단층촬영)로 조기 암 발견이 쉽다. 일찍 암을 진단해 치료하면 생존율이 증가한다. 진단 면에서는 초음파를 활용한 조직검사를 쉽게 할 수 있어 병기 확인이 수월해졌다. 폐 CT와 뇌 MRI 같은 검사들도 정확한 병기 결정을 돕는다. 수술적인 면의 경우 과거에는 가슴을 절개했다. 그러나 지금은 70% 이상의 환자들이 흉강경으로 수술을 해, 입원 날짜가 짧아지고 부작용도 적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방사선 치료 역시 테크닉이 많이 좋아졌다. 암세포에만 더 많이 방서선을 비추는 세기 조절 방사선 치료, 양성자 치료가 가능하다.
-폐암 치료제도 진화하고 있다
사실 2000년까지만 해도 폐암 4기로 진단된 환자가 치료를 안 하면 3~6개월 밖에 못 산다고 환자에게 얘기했다. 항암제로 치료를 하더라도 10개월밖에 살지 못했다. 그러더가 2004년 획기적인 유전자를 발견했다. EGFR 유전자 돌연변이로, 동시에 이 표적을 대상으로 한 표적치료제 개발도 활성화됐다. 그런데 표적치료제는 효과도 좋았다. 폐암 환자 가운데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에게 표적항암제를 쓰면 생존율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후 ARK, TRK 등 10개 이상 표적이 발견되면서, 그것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 개발이 활발해졌다. 2010년부터 등장한 면역관문억제제도 변화를 일으켰다. 처음에는 흑색종 등에서만 쓰였는데 이후 폐암에 굉장히 잘 듣고, 돌연변이 유전자 표적이 없는 환자에서도 쓸 수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임상 현장에서 표적치료제 등의 경험이 궁금하다
옛날에는 EGFR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가 10개월밖에 못 살았는데, 지금은 폐암 4기라도 혹은 다른 장기에 번져도 4년, 그 이상을 산다. ALK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는 더 오래 생존 가능하다. 실제로 우리 병원 환자 중에는 10년 이상 생존한 환자도 있다. 그 분은 저와 함께 늙어가고 있다. 표적항암제는 장점도 있지만 내성이 생기는 문제를 안고 있다. 만 1년 이상 지나면 다른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약제에 내성이 생긴다.
-면역항암제는 어떠한가
면역항암제가 잘 듣는다면 장기 생존율이 높아진다. 실제 일부 환자는 5년 이상 생존해 거의 완치됐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폐암 완치의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되는 약물로 꼽힌다.
-왜 유독 폐암 분야에서 혁신적 치료제가 등장할까
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된 게 시추가 됐다. 이후 다른 유전자를 찾는 과정에서 차세대 유전자 염기서열 진단까지 발전했다. 암 증상을 가진 환자에게 300가지에 달하는 유전자 검사를 진행해 치료하는 것이다. 치료제도 이런 흐름에 맞춰 발전하고 있다. 표적치료제와 함께 면역치료제도 기존 약제들과 복합 치료되며 활용 범위를 높여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사도 폐암 신약 개발에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임상현장서 변화를 체감하나
변화를 몸소 느끼고 있다. 신약 개발이란 게 쉽지 않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약을 하나 개발해서 임상에 쓰려면 10년이 기본으로 걸리며, 비용도 1조원 이상이 소요된다. 국내 제약사 규모로는 도전하기 쉽지 않다. 그렇지만 표적치료제는 개발 단계가 짧고 빠르다. 그래서 최근 국내 제약사가 폐암을 유발하는 EGFR 유전자 돌연변이 타깃 3세대 표적 치료제를 개발했다. 국내 연구자들이 모여 약제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를 세계 학회나 유명 논문에 발표해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았다. 게다가 다국적 제약사에 라이선싱하는 성과도 냈다. 임상에 참여한 의사로서 굉장한 자부심을 느낀다.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에 뛰어든 벤처가 1000개가 넘는다고 들었다. 차세대 표적치료제는 물론 면역관문억제제 등 다양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환자에게 국산 폐암 신약 등장이 어떤 혜택을 주나
효과가 좋다는 게 혜택이다. 특히 국내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연구진이 참여해 허가를 받았고 건강보험 적용도 돼 임상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혁신 신약이 등장해도 비싼 약가로 인해 사용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다
쉽지 않은 문제다. 혁신 신약 등장은 매일 고통받는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이나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는 기분'이다. 그런데 신약 개발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혁신적일수록 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국가 주도 보험체계를 가졌기 때문에 허가와 급여를 정부가 통제한다. 이에 고가면 고가일수록 허가가 늦어지거나 급여가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환자와 의료진에겐 '그림의 떡'인 셈이다. 그렇다고 누구 하나 나서서 해결하기도 어렵다. 정부와 약을 개발하는 제약사, 의료진이 다양한 논의를 통해 컨센서스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암 환자를 위한 펀드를 조성한다든가, 차등화된 지불방법을 모색해볼 수도 있다. 환자와 의료진이 공감하는 접근 방법을 구상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은 폐암 치료 선도 의료기관이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소개하면
암병원은 최소한 폐암 분야에선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선두에 꼽힌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 그 원동력은 진료는 물론 연구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헌신하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병원에서 하지 않은 다학제 진료를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펼치고 있다. 다학제 진료를 통한 환자 맞춤형 암 치료가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된다.
-끝으로 폐암 환자와 보호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앞서 말했지만 폐암 발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흡연이다. 금연을 누구에게든 권유한다. 또한 폐암은 진단 및 치료, 수술 등 여러 측면에서 많이 발전됐기 때문에 폐암 진단을 받더라도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담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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