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10개월 된 환아가 3주간 계속되는 설사로 내원했다. 환아는 내원 1개월 전 3일간 감기를 앓고 나서 하루 10여회 이상의 설사가 발생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하루 4~5회 설사를 하고 있는데 일상 생활에선 활발하다고 한다. 이 환아에 대해 가장 알맞은 치료는?
최연호 성균관대 의과대학장(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은 19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2021 의료인문학 심포지엄’에서 “단순 암기에 기반한 진료는 인공지능(AI)도 할 수 있다. 미래 시대 의사의 역량은 바로 이 ‘통찰력’에서 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능력이 발휘된 사례로 위 ‘10개월 설사 환아’ 사례를 들었다.
최 학장은 “많은 새내기 의사들은 이 사례에 대해 장점막 말단에 위치한 유당분해효소가 손상된 것으로 보고, 분유를 반으로 희석해서 먹이거나 혹은 당분간 분유 대신 미음을 먹으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처치는 자칫 ‘아이의 영양’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간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학장은 이 지점에서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당분해요소는 감기 바이러스에 의해 손상되는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회복된다. 사람마다 회복 시기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과학적 근거를 가진 상상력에 기반에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면 가장 합리적인 처치를 해낼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학장은 계속해서 유사한 사례로 ‘33개월 췌장염 환아’를 언급했다.
그는 “33개월 된 아이가 지방에서 서울 병원으로 내원했는데, 이전 병원에서 장염‧담낭결석‧췌장염 세 가지 소견을 받아왔다”며 “많은 의사들이 담낭결석이 췌장염을 일으키는 것은 이해하지만, 장염과의 연결고리에는 의문을 가질 것”이라고 운을 뗐다.
최 학장 자신은 당시 아이 보호자에게 ‘항암제를 복용한 적이 있냐’고 물었다. 이는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결석이 생성되는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것에 착안했다.
실제로 아이는 장염에 대해 장기간 세팔로스포린계 항생제를 사용했었다. 오랜 항생제 사용이 결석으로 인한 췌장염을 야기했던 것이다.
예리한 관찰력인 IQ와 사물 꿰뚫는 능력인 EQ를 합한 'InQ(Insight Quotient)' 중요
최 학장은 “환자는 ‘항생제를 끊으면 곧 호전될 것’이라는 간단한 처치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며 “이처럼 여러 증상 사이에 감춰진 인과관계를 찾아내는 것이 바로 의사 ‘통찰력’”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육과정이 이러한 ‘통찰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 학장은 “이 같은 능력을 쉽게 설명하면 예리한 관찰력인 IQ와 사물을 꿰뚫는 능력인 EQ를 합한 ‘InQ(Insight Quotient)로 말할 수 있겠다”고 정의했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육은 철저한 암기 위주로, 학생들에게 단편적인 지식을 주입하는데 치중돼 있다”면서 “우리 지도교육자 교수들은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새내기 의사들이 실제 임상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통찰의 힘을 길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 학장은 “이러한 능력에 중점을 둔 통찰의학(Insightology in medicine)은 세계적으로도 아직 생소한 개념”이라며 “임상의학에 강하다고 자부하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의학교육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기 위해선 새로운 패러다임에 선제적으로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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