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새 공약 중 하나로 “의료법을 개정해 산부인과 명칭을 여성건강의학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22일 이 후보는 자신의 SNS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 11번째’ 게시글을 올렸다.
이 후보는 “미혼여성이 산부인과를 찾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며 “임신 출산 등 기혼여성을 위한 병원이란 선입견이 큰 탓”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그는 또 “산부인과라는 명칭은 여성을 부인으로 칭했던 일제 잔재”라고도 지적하며 “여전히 여성 건강과 질환을 부인병으로 부르는 시대착오적인 인식이 여성 청소년과 미혼 여성의 병을 키우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과거에도 진료과목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소아과를 청소년과로, 정신과를 정신건강의학과로 바꾼 바 있다”며 “명칭 변경부터 시작해 혼인과 출산 여부, 연령에 관계 없이 모든 여성이 안심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명칭 변경 추진…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의견 갈려
저출산으로 ‘산부인과 위기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앞서 국회 등을 중심으로 명칭을 변경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지난 4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산부인과 명칭을 ‘여성의학과’로 변경하는 의료법안을 심의한 바 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부인과라는 명칭 때문에 국민 대다수가 임산부와 기혼여성만을 위한 곳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성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병원을 이용토록 해야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산부인과 의사들 또한 명칭 변경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관계자는 “산부인과라는 이름 때문에 주로 아이를 분만하는 과로 의미가 국한돼 있다”며 “명칭변경은 산부인과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전해왔다.
실제로 의료계 내부적으로도 앞서 ‘여성의학과’로 명칭을 바꾸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내과, 가정의학과, 피부과, 성형외과 등이 반발해 무산됐다. ‘여성의학과’로 명칭이 변경될 경우 진료영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탓이었다.
최대집 前 회장 재임 당시 대한의사협회 또한 "‘여성의학과’로 명칭을 변경하면 여성이라는 포괄적 의미로 오히려 진료과목 선택 시 환자들의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또한 신중한 모습을 보였었다.
개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전문과목 명칭 변경은 의료계와 전체 학회 협의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가임기 여성 임신 전 출산 건강관리 지원 방안연구’에 따르면 국내 여성들의 ‘산부인과’에 대한 인식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었다.
성인 미혼여성 1314명 중 81.7%, 청소년 708명 중 84%는 “산부인과는 일반병원에 비해 방문이 꺼려진다”고 답했다.
또 성인 미혼여성 51.1%, 청소년 64.4%는 “산부인과를 가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산부인과는 임신과 출산을 위해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