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GLP-1 수용체 작용제 당뇨약 판권 확보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뇨병 진료지침 변화와 함께 DPP-4 억제제 계열 당뇨약 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DPP-4 억제제 계열 당뇨약 시장에서 선전 중인 국내 제약사들이 라인업 확장을 통한 당뇨치료제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외연 확대를 위한 후보 약제로 GLP-1 유사체와 SGLT-2 억제제가 꼽힌다. 경구제인 SGLT-2 억제제 계열 당뇨약의 경우 이미 특허 회피를 통한 도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반면 주사제이기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던 GLP-1 유사체의 경우 다국적 제약사의 제품을 도입하거나 공동 판매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 A제약사 마케팅 임원은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DPP-4 억제제 계열 제품군이 선전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 제품군의 성장률이 과거와 달리 둔화되고 있어 여러 가지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효율적인 것은 당뇨 제품군을 좀더 탄탄히 구비해 의사나 환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이라며 "특히 다국적 제약사의 GLP-1 유사체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LP-1 유사체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당뇨 치료의 패러다임이 목표 혈당 달성을 위해 진단 초기부터 적극적인 약물 치료를 실시하도록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심부전,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 만성 신장질환 등 동반질환을 가진 경우 GLP-1 수용체 작용제와 SGLT-2 억제제를 우선 권고하도록 개정됐다.
이처럼 과거에 비해 사용 범위가 확대되고 GLP-1 유사체 디바이스가 환자의 거부감이 적은 펜 타입으로 개선되면서 GLP-1 유사체의 시장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실제 보령제약은 릴리 GLP-1 계열 당뇨치료제 '트루리시티(성분명 둘라글루타이드)'를 도입, 올해 3분기에 전년보다 25.1% 증가한 124억원의 처방 실적을 기록했다.
매일 복용해야 하는 경구제와 달리 트루리시티는 주 1회 투약하면 되는 장기 지속형 GLP-1 유사체로, 현재 GLP-1 유사체 시장을 리딩하고 있다.
또한 DPP-4 억제제 계열 당뇨약 시장의 성장세도 예전 같지 않다. 2019년 DPP-4 억제제 계열 당뇨약의 원외처방 성장률은 7.5%(5290억원), 2020년 6%(6024억원)로 하향세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글로벌 제약사의 실적 하락으로 지난해 하반기 3100억원에 달했던 원외처방 실적은 올해 상반기 2960억원으로 하락했다. 이에 기존 당뇨 제품군에 새로운 계열 약물 추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B제약사 관계자는 "아직은 DPP-4 억제제 계열 당뇨약 처방이 많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봤을 때 대비가 필요하다"며 "보령제약이 릴리 트루리시티로 예상보다 높은 실적을 내는 것을 보며 GLP-1 품목 도입 여부도 선택지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메디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