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유한양행이 국산 신약 '렉라자'의 순조로운 시장 안착과 함께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는 국내 제약사로는 첫 매출 2조원 시대도 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년 3분기 유한양행이 자체 개발한 표적항암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아이큐비어 자료 기준 15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부터 급여 적용과 함께 시판에 들어간 렉라자는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빅5병원 약사심의위원회(DC)를 통과하며 빠르게 랜딩했다.
이어 국립암센터, 분당서울대병원 등 전국 30여개 의료기관에서 처방되고 있다. 항암제는 각 병원별 DC를 통과해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처방 시점이 늦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호한 성적이다.
매출 실적뿐만 아니라 라이선스 아웃을 통한 기술료 유입도 상당하다. 유한양행은 미국 얀센에 1조4000억원을 받고 기술수출했고,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명목으로 작년 한해 약 1억달러(약 1130억원)를 확보했다.
올해 3분기까지 유한양행이 자산화한 레이저티닙 R&D 비용은 총 551억원으로, 이는 2018년 얀센에 레이저티닙을 기술수출하고 받은 계약금 5000만달러(약 590억원)와 맞먹는 규모다.
게다가 렉라자가 글로벌 신약으로 데뷔할 시점도 가까워지고 있다. 얀센이 연내 미국식품의약국(FDA)에 렉라자를 혁신 치료제로 신청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 서미화 연구원은 "FDA로부터 가속 승인을 받을 경우 렉라자는 내년 글로벌 신약으로 출시된다”며 “유한양행은 렉라자의 매출에 따라 단계별 기술료 및 로열티를 수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렉라자를 포함해 최근 3년간 유한양행이 신약 기술수출로 벌어들인 계약금 및 마일스톤 수익은 2억1765만달러(2561억원)에 달한다.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52억원에 기술이전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길리어드사이언스에 8800억원을 받고 기술수출한 NASH 치료제 등 총 5건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 같은 성과가 지속된다면, 내년 매출 2조원 돌파도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내년 중 유입될 마일스톤 수익이 2000억원이 넘고, 제품력과 유한양행의 영업력이 뒷받침 돼 렉라자의 실적도 호조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적 증가와 주주가치 실현을 위해 유한양행은 올해도 예년처럼 무상증자를 추진한다. 회사는 2016년부터 보통주 1주당 0.05주 배정의 무상증자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신약 개발로 제품 매출과 함께 기술수출 수익을 얻는 구조를 형성해 나가는 모습이 고무적"이라며 "국산 신약을 너머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자리잡을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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