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지방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정형외과 A원장은 최근 법원으로부터 5600만원의 구상금을 지급하라는 통지서를 받았다. 깜짝 놀란 A원장은 황급히 내용을 확인했다. 청구소송을 낸 보험사는 A원장이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지 않은 적응증으로 증식치료를 하고 부당하게 비급여 진료비를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법령에 위반되는 행위인 만큼 보험사가 환자에게 지급한 보험료를 의료기관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의료기술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에 대해 구상금을 청구하는 보험사들 소송전이 이번에는 ‘증식치료(프롤로 주사/Prolo therapy)’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보험사들은 만성 근골격계 통증 외 적응증 및 시술방법으로 이뤄진 증식치료에 대해 일선 병의원을 대상으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증식치료는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물질을 주사해 조직의 재생과 증식을 유도하는 치료다. 현재 만성적 근골격계 통증에 대한 사용이 신의료기술로 인정됐다.
보험사들은 A 원장과 같은 사례가 현행 법령에 위반된다는 입장이다.
A원장의 경우 만성 근골격계 통증 환자가 아니거나 혹은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시술부위가 아닌 곳에 주사를 놓은 점을 문제 삼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증식치료 행위 정의를 ‘만성적 근골격계 통증이 있는 부위 인대나 건이 뼈에 부착하는 부위에 증식물질을 주사하는 것’이라고 내리고 있다.
실시 방법은 사지관절 및 척추에서 인대가 뼈에 붙은 결합부에 주사바늘을 이용해 15~25%의 덱스트로즈 용액 및 1% 리도카인, 생리식염수 등이 혼합된 용액을 주사하는 방법을 수 회 반복해야 한다.
행위 정의에 따른 질환이나 시술법이 아닌 경우 신의료기술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것이 보험사들의 주장이다.
"심평원 행위 정의, 법적 판단기준 될 수 없어"
보험사들 소송 움직임을 감지한 의료계도 대응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금년 7월 회원들에게 송부한 공문을 통해 “심평원 등에서 발표한 행위정의는 학술적으로 활용하는 참고자료일 뿐 절대적인 법적 판단기준이 되지 못하고, 그리 돼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심평원이 지난 2019년 발행한 책자에 ‘행위 정의는 절대적 기준이나 표준적 지침으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명시한 점을 들었다.
보험사와 금융감독위원회에도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특히 보험사를 향해서는 “이 같은 행태는 의료계와 보험업계 간 신뢰관계가 회복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릇된 주장을 근거로 의료기관에 대한 압박행위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A원장 사건에 대해 법원은 최근 보험사 청구를 각하했다.
그래서 인지 이번 ‘증식치료 사안’은 앞서 의료계를 뒤흔들었던 ‘맘모톰 사건’과는 달리 의료계 전체로 번지지는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A원장 사례와 달리 대부분 소액사건으로 법정싸움에 부담을 느낀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는 지난 7월부터 관련된 사례 수집에 나섰지만 5개월 넘게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도 도움을 요청하고 나선 회원 수는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회 한 임원은 “소액의 경우 변호사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는 만큼 소송에 부담을 느낀 의사들이 보험사 청구를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러한 점을 노리고 청구액을 200~300만원 정도 소액으로 정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반박 근거 자료를 배포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는데, 앞으로도 상황을 예의주시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