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심장질환 환자 수는 162만4062명으로 지난 2016년 138만9346명보다 16.9% 늘어났다. 매년 4%씩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중 부정맥은 다른 심장질환 증가율보다 더 높아 특별한 관리가 요구된다. 지난해 부정맥 환자는 40만682명으로 2016년 32만8183명 대비 22.1% 증가했다. 그러나 부정맥은 대부분 증상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에 병원에서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실제 많은 환자가 부정맥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으나 검사에서는 멀쩡한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최근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기가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시간 심전도 상태를 측정해 부정맥을 조기에 발견할 경우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의료비용 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편집자주]
부정맥은 쉽게 말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질환을 말한다. 심장은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며 혈액을 신체 각 조직에 공급하는데, 심장 수축은 전기적 신호가 전달되면서 일어난다. 부정맥은 이러한 전기적 신호 전달 경로에 문제가 생겨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게 일어나는 질환이다.
부정맥 종류는 크게 빈맥, 서맥 심방세동 등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빈맥은 맥박수가 분당 100회 이상인 경우를 말하고, 서맥은 맥박수가 분당 50회 이하인 경우다. 심방세동은 빈맥성 부정맥으로 심방내에서 전기신호가 불규칙적으로 발생해 심장박동이 빠르고 불규칙적으로 뛰는 경우를 말한다.
부정맥을 의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증상은 ‘두근거림’이다. 부정맥이 발생하면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지면서 두근거림이나 불쾌함을 느끼게 되고 혈액을 박출하는 심장 기능이 약화되면서 호흡곤란과 현기증, 실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부정맥 환자 지속 증가, 치료 첫 단추는 정확한 조기진단"
강북삼성병원 수원검진센터 김유나 교수는 "부정맥 치료 첫 단추는 ‘정확한 진단’에 있다"고 강조했다.
강북삼성병원 수원검진센터에서 심혈관 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김유나 교수는 “부정맥은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해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한 질환”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부정맥의 경우 증상이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데다 무증상인 경우도 있다”며 “증상이 심해진 상태로 병원을 경우 치료도 어려워지기에 조기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심방세동 환자의 경우 일반인보다 뇌졸중 위험이 5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부정맥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는 뇌졸증 위험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부정맥 증상은 대부분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기에 병원에서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실제 김 교수는 “많은 환자가 부정맥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았으나 검사에서는 멀쩡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장시간 연속적으로 심전도 상태를 관찰, 기록할 수 있는 방안이 화두로 떠오르는 이유다.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기 기반으로 진단율 높일 수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강북삼성병원 서울 및 수원검진센터는 금년 4월부터 삼진제약 ‘에스패치(S-Patch EX)’를 도입해서 활용하고 있다.
에스패치는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 웰리시스가 제작한 패치형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기기다. 심장 부근에 부착하면 최대 100시간 동안 심전도 상태를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다. 무게는 9g으로 가볍고 두께는 6mm로 얇아 일상 생활에서 편안하게 심전도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데이터는 모바일 기기로 확인할 수 있고 클라우드 기반 웹 포털에 저장할 수 있어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기 전 부정맥 진단을 돕는다. 현재 삼진제약은 에스패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의사와 환자 경험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김유나 교수는 “대부분 병원에서 부정맥 검사를 할 경우 10초 정도 짧은 심장리듬이 기록되지만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기는 장기간 검사가 가능해 부정맥 진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환자가 직접 병원을 찾아 여러 전극장치를 몸에 부착하는 기존의 불편함을 크게 줄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부정맥학회에서도 에스패치와 같은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기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진료지침 수립 등에 관한 논의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2021년 대한부정맥학회 심방세동 진료지침’에 따르면 웨어러블 모니터링 기기와 모바일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면서 심방세동 진단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임상 검증과 사용 지침 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학회는 REHEARSE-AF 연구를 사례로 들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단일유도 심전도를 1주일에 2회 측정하는 방식을 1년간 지속한 결과 65세 이상 환자군에서 대조 군 대비 심방세동 발견율이 3.9배 증가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특히 웨어러블 기기를 잘 활용하면 심장질환 조기 예방은 물론 정밀한 진단과 환자 맞춤형 치료, 사회·경제적 의료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학회 입장이다.
현재 수원검진센터가 도입한 에스패치는 검사가 끝난 후 우편물 형태로 반납이 가능해 내원 횟수를 줄일 수 있으며, 직관적인 사용 방법으로 고령 환자도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김 교수는 “앞으로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기기가 보편화될 경우 검진센터를 비롯해 인력이 부족한 일차의료기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러면서 “더 작고 가볍게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의료진이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도록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인공지능(AI) 기술 경쟁 화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