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최근 대학병원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앞다퉈 분원 설립을 추진하면서 중소병원 피해가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환자는 물론 의료인력 쏠림 현상으로 중소병원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결국 의료전달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13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대한의사협회 중소병원정책개선특별위원회가 주관하고, 허종식·김미애·최연숙 국회의원과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한 '한국 의료자원 이용 왜곡과 대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저수가에 대학병원 분원 설립으로 이중고 겪는 중소병원"
이날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대학병원들이 분원 설립을 추진하면서 인근 지역 병원 피해가 심각하다"고 경고하면서 "우후죽순 늘어나는 대학병원 분원은 중소병원 폐업을 부추기고, 의료전달체계 붕괴는 물론 의료비 증가라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소신을 전했다.
우 소장은 특히 "우리나라 의료는 저수가, 저급여, 저보험료 등 3저 패러다임 위에 있다"면서 "3저 기조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와 맞물리면서 중소병원은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우 소장은 중소병원이 대형병원과 경쟁 구도로 나아가고 있는 현 상황에 강한 우려감을 표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은 분원을 할 경우 보건복지부가 지정하기에 병상 수를 조절하는 기전이 있으나 대학병원은 지자체장 권한이기에 적절한 병상 수 조절 기전이 없어 문제"라고 밝혔다.
이러한 허점을 틈타 분원 설립으로 수익 극대화를 노리는 대학병원과 지역 표심을 의식한 정치인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우 소장은 이 같은 원인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우 소장에 따르면 지난 2017년 8월부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대학병원으로 입원과 외래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우 소장은 지역 중소병원 몰락과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서는 올 상반기 의료기관 총 2159곳이 개업했고, 1419곳이 폐업하면서 개업 대비 폐업률이 65.7%로 나타났다.
그러나 병원급 의료기관은 개업 45곳에 폐업이 150곳으로 폐업률이 333.3%에 달해 요양기관 종별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우 소장은 "의사면허로 진입장벽이 있는 의료기관이지만 일반 법인 사업자보다 경영 상태가 취약하다는 점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의료자원 운영과 관리가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인력 쏠림 현상 심각, 대학병원 설립 제한책 절실"
이날 김종민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도 "보장성 강화가 중소병원을 옥죄는 촉매가 됐다"며 우 소장과 의견을 같이했다.
김 이사는 "보장성 강화 이후 병원간 환자 본인부담금 차이가 없어지면서 경증 환자까지 큰 병원을 가자는 심리가 자리잡았다"면서 "오랜 시간 환자들과 유대감을 형성한 의원과 중소병원은 생존 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재래시장도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 운영 시간 등을 제한하는데, 이러한 상식이 의료기관에는 왜 적용이 안되는지 의문"이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의원급 의료기관과 대형병원 중간에서 효율적이고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가교역할을 하는 중소병원이 무너질 경우 의료체계붕괴는 시간 문제"라고 경고했다.
인력난도 심각한 문제다. 김 이사는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것을 넘어 의료인력까지 쏠리면서 중소병원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인력을 대거 흡수하는 수도권 대학병원 설립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 간호사 고용을 위해 편법으로 시행하고 있는 신규채용 간호사 대기제도를 즉각 폐기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이밖에 ▲지방중소병원 간호사 보조금 확대지원 ▲시간제 간호사 인력 산정 방식 개선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제도 재검토 ▲유휴 간호사 재취업 교육센터 등 활성화 방안 모색 등을 제안했다.
김 이사는 "보장성강화,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종별 의료기관 역할을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국민에게 바람직한 의료기관 이용을 유도하고 한정된 의료자원이 적절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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