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업무과중과 의료사고 부담으로 되풀이 되던 전공의 기피 현상은 이번 수술실 CCTV 설치로 더욱 악화됐다. 더 늦기 전에 정부와 국가가 ‘산부인과 살리기’에 나서줘야 한다.”
대한산부인과학회 박중신 이사장은 2022년도 전공의 모집 결과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산부인과 심폐소생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데일리메디가 산부인과 전공의 모집에 나선 수련병원 86곳의 원서접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산부인과 지원율은 62.9%로 나타났다.
미달됐던 작년보다 지원자 줄어 경쟁률 더 낮아져
151명 정원에 95명이 지원해 경쟁률은 0.63대 1이었다. 이는 144명 정원에 110명이 지원하며 경쟁률 0.76대 1을 기록한 지난해보다 떨어진 수치다.
전공의들에게 인기가 높은 빅5 병원마저 충원이 어려울 정도로 인력난이 심각했는데 서울대병원과 가톨릭중앙의료원, 세브란스병원은 모두 ‘미달’로 마무리했다.
지방대병원과 국립대병원 역시 많은 병원이 미달 사태를 면치 못했으며, 강동경희대병원과 중앙대병원, 인하대병원, 건양대병원 등은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에 박중신 이사장은 “지난해보다 경쟁률이 감소했지만 예상했던 범위 내”라며 “작년과 거의 비슷하거나 약간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는데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라고 평했다.
이어 “산부인과는 기존부터 고위험 수술이 많아 업무 부담이 클뿐 아니라 특히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위험도가 높아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과목 중 하나였다”며 “전공의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개원가 역시 과 특성상 비급여 진료는 거의 없고 수가도 저평가돼 전반적으로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충원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특히 “기존에도 좋은 상황은 아니었는데 올해는 수술실 CCTV 설치법 통과 소식까지 전해져 전공의들이 지원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추측된다”고 말했다.
“전공의 3년제 전환보다 전반적인 수련환경 개선과 미래 전망 더 중요”
박중신 이사장은 필수의료인 산부인과의 전공의 지원율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국가가 적극적으로 ‘산부인과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공의 기피 현상은 어떤 한가지 해결책이 아닌 의료시스템 근본적인 문제부터 접근을 시작해야 한다”며 “여러 가지 사회환경과 수련환경, 수련을 마친 이후 전망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전공의 지원율 개선을 위해 내과와 외과에 이어 소아청소년과까지 전환한 3년제 수련기간 단축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박중신 이사장은 “전공의 유인책으로 3년제 전환 등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수련기간 1년 차이가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학회 내부적으로 3년제 전환에 대한 논의는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합의는 없으며 2022년도 모집 결과를 토대로 의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 늦기 전에 정부와 국가가 나서고 불가항력의료사고법 개선"
이어 "3년제 전환보다는 국가적 차원의 보다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지금보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기 전에 정부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계 책임을 줄이고 보상 지원을 늘리는 등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산부인과 의사는 상대적으로 고위험 수술이 많아 의료사고 우려가 높은 반면 현존하는 불가항력 의료사고법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 만족스러워 하지 않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산부인과 의사들이 부감담 없이 더욱 안전하게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임기 내 반드시 미비점 개선을 이루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백신 같은 경우는 국가가 백신 접종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부작용을 불가항력으로 판단하고 관련된 보상 체계가 마련돼 있다”며 “저출산 국가에서 분만도 국가적 문제이기 때문에 안전한 분만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좀 더 전향적으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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