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지난달 국회 법안소위에서 통과가 무산된 간호법 제정을 놓고 의료계와 간호계의 갈등이 다시금 격화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연내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수요집회 또는 1인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대한응급구조사협회 등 타 유관단체들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의사단체는 “현재 폭증하는 확진자와 위중증 환자로 인해 의료현장이 붕괴 직전인 상황에서 간협의 이 같은 행보는 무책임하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16일 서울시의사회(회장 박명하)는 “코로나19 감염병 극복을 위한 대국민 재택치료에 나서는 등 풍전등화의 위기 상황에서 국민건강을 돌보는 데 여념이 없다”며 “이 시국에 간협 일부 간호사들의 얼토당토않은 독단적 주장에 귀를 기울일 여력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법과 하등 관계가 없는 불법진료의료기관 처벌 및 의사부족 해결을 위해 공공의대를 설립하라는 식의 정치적 구호를 외치는 것이 간호법 제정과 어떻게 연관이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의문을 표했다.
의사회는 또 “간호인력 부족과 처우 개선에 대해 일부 공감하지만 그것이 간호단독법 제정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신경림 간협 회장은 간호인력의 열악한 처우의 주범이 의료기관들의 탐욕과 이기주의라는 망언을 한 것에 대해 13만 의사와 의료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라”고 주문했다.
15일 대한의사협회도 성명을 냈다. 의협은 “보건의료 ‘코드블루’와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 의료현장을 뒤로한 채 간호법안 통과만을 외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의사들을 비롯한 보건의료인 동료들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 소중한 건강과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기울여도 모자란 판국에 본연의 사명을 저버린 채 거리로 나가는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간협 “영웅 칭송 아닌 간호법 제정과 패러다임 변화 필요”
이러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온라인 SNS 등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중 의료현장을 이탈한 것은 의사들이다. 간호사들은 지난해 의사·전공의처럼 파업을 한 것이 아니라 쉬는 날을 이용해 집회·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반박도 포착된다.
간호계는 지금껏 “코로나19 영웅으로 칭송하지 말고 간호법을 제정해달라”고 요구해왔으며 최근 의사 단체들의 반대에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앞서 이달 1일 신경림 간협 회장은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의원급 의료기관 및 소규모 의료기관 탐욕으로 인해 간호조무사들 60%가 최저임금을 받는데 간호조무사협회가 왜 그들(의료계)과 연대해 간호법을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규탄한 바 있다.
이어 신 회장은 “의협은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간호법이 향후 간호사 단독개원까지 고려한다는 예언을 하며 간호법에 반대한다”며 “자신들의 기득권과 이윤을 위해 보건의료 패러다임을 거역하고 간호·돌봄 관련 요구를 묵살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보건의료 패러다임 변화를 주창하며 간호법 제정 관련 의지를 재확인했다.
지난 13일 ‘지속가능한 간호전달체계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가상현실(VR)·메타버스·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보건의료계 디지털 전환에 강한 긍정을 표한 신경림 회장은 “디지털 전환도 중요하지만 사실 다 필요 없다. 간호법만 있으면 다 된다”며 “내 소원은 100년만에 간호법이 부활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새로운 시대 전환을 맞아 관련 법을 정리해야 하며, 이에 맞게 간호사 인력 배치 기준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메디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