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장폐색 환자 수술 지연에 따른 악결과를 이유로 외과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한 법원 판결에 우려를 표명했다.
의사협회는 23일 성명서를 통해 환자 쾌유를 기원하는 것과 별개로 법원 판결에 유감을 전했다.
해당 사건 피고인이 된 외과 전문의는 2017년 갑작스런 복통으로 병원 응급실을 내원한 환자를 진찰했다.
장폐색이 의심됐지만 환자 통증이 호전되고 있고 6개월 전 난소 종양으로 개복수술을 받은 과거력이 있는 점을 감안해 우선 보존적 치료가 적절하다고 의학적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7일 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자 응급수술을 시행해 소장을 절제했고, 환자는 괴사된 소장에 발생한 천공으로 패혈증과 복막염 등이 발생해 2차 수술을 하게 됐다.
이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당시 환자 상태를 감안하면 즉시 수술을 실시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치료방법이었으며 주의의무 위반으로 수술이 지연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환자에게 장천공 및 복막염, 패혈증, 소장괴사 등이 발생한 것을 의사 과실에 의한 것"이라고 인정해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했다.
의협은 "법원이 사후 악결과만을 문제 삼아 의사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강도 높게 지적했다.
의협은 "의학의 오랜 역사와 눈부신 발전에도 아직까지 수술 여부와 시기 결정에 있어 명확한 임상 지침이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의사가 여러 요소를 고려해 종합적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사 결정은 존중돼야 하며, 이후 발생한 악결과를 이유로 당시 의학적 판단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환자와 의사가 모두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수술에 앞서 보존적 치료를 우선 시행해보기로 합의했으나 법원이 사후에 악결과만을 문제 삼은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꼬집었다.
또한 "환자 치료방법 선택에 의사 판단이 부정되고 추후 환자 상태 악화에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면 우리나라 모든 의사는 의식적으로 방어진료를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앞으로는 법적 책임을 오롯이 감내하면서 환자에게 최선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권유할 의사는 찾아보기 어렵게 될 것"이라며 "이는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의협은 "이와 유사한 판결이 반복되면 의사 소신진료가 위축되고 필수의료뿐만 아니라 전체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사태를 지켜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특히 "의료분쟁으로 입은 국민 피해를 신속하게 보상하고 의료인에게 안정적 진료환경을 보장해서 국민 건강과 생명을 더욱 튼튼하게 보호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가 가칭 의료분쟁특례법 제정에 즉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