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국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원격의료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산업자원통상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가 재외국민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대형 의료기관과 민간기업에 임시허가를 내주면서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와 환자간 원격의료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기에 해외에 거주하고 있지만 한국 국적을 유지한 재외국민에게 원격 의료 서비스도 불법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정부는 재외국민 건강 증진과 함께 원격의료를 기존 법과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규제 샌드박스’ 테두리에서 운영한다면 예외로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국내 주요 병원들이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활발하게 동참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에는 내국민 대상 원격의료도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향후 원격의료 안전성과 실효성을 확보하는 단초가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규제 샌드박스란 신제품, 신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원격의료 규제 샌드박스는 재외국민이 전화나 화상통화로 국내에 있는 의사에게 의료 상담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현재 재외국민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의료 수준이 낮은 지역에 거주하는 교민, 유학생 등에 대한 의료 접근성이 개선돼 재외국민 신체·심리적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제도화에도 착수할 계획을 밝혔다.
국내 최초 인하대병원, 재외국민 넘어 내국민으로
국내 최초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시행한 병원은 인하대병원이다.
인하대병원은 지난해 6월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상담 서비스를 2년간 임시허가받았다.
원격의료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스마트폰 화상 전화나 웹캠이 설치된 PC로 의사에게 진료받는 의료를 말한다.
병원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 등 간단한 인증 후 이용할 수 있고, 처방전을 미리 지정한 약국에 팩스로 보내주는 서비스다.
병원은 재외국민 원격의료 개시 석 달만에 2명에게 원격의료를 제공했다. 1호 환자는 중동지역에 체류하고 있는 파견근로자 남성이며, 2호 환자는 스웨덴에 거주 중인 일반인 여성이다.
당시 김영모 인하대병원장은 “해외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유학생 등 장기 거주자들이 의료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며 “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하대병원은 올 초부터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하던 원격의료를 내국민으로 확대하며 원격의료 서비스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여기에는 화상 통화가 가능한 온라인 플랫폼이 이용된다. 병원 홈페이지에서 회원 가입 등 간단한 인증 후 이용 가능하며 처방전도 미리 지정한 약국에서 팩스로 받을 수 있다.다만 모든 환자가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하대병원은 재진 환자 중 서해 5도 등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거주하거나 자가격리 등으로 내원이 어려울 때로 비대면 진료를 제한했다.
검사 결과 확인을 위한 진료이거나 같은 질환으로 오랫동안 같은 처방을 받은 환자도 의사 판단을 거쳐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김영모 인하대병원장은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를 시작한 뒤로 우리를 찾는 재외국민들이 해외에서 겪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며 “내원이 제한적인 특수한 상황이거나 의료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환자들 중 비대면 진료 적합 여부를 꼼꼼히 판단한 뒤 서비스를 제공해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부민병원 원격의료 동참…모바일 홈페이지 구축
올 들어 병원들의 원격의료 동참 기조는 더욱 활발해졌다.
먼저 의료법인 인당의료재단 부민병원도 지난 5월 규제 샌드박스에 선정되면서 재외국민 원격의료 및 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재외국민에게 전화나 화상 의료상담과 진료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환자 요청 시 의료진 판단 아래 처방전 발급도 가능하다.
부민병원은 기본 원격 진료 및 의약품 처방전 발급 외에 중국 현지 약품리스트를 보유해 약품 매칭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병원은 특히 모바일 홈페이지를 구축하면서 환자 편의를 도왔다. 환자들은 그동안 전화나 앱으로 하던 방식에서 나아가 모바일 홈페이지서 실시간으로 예약 및 접수, 결제 및 화상 솔루션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다.
정흥태 부민병원 이사장은 “해외 재외국민이 현지 병원에서 진료받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 늘 안타깝게 생각했다”며 ”모바일 홈페이지에서 재외국민도 언제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명지병원, 버추얼케어 서비스 개시
명지병원도 재외국민 대상으로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명지병원은 지난 11월 15일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하며 버추얼케어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 서비스는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을 사용해 원격으로 건강 상담과 진료를 시행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전화·화상으로 재외국민에게 의료상담·진료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환자 요청 시 의료진이 판단해서 처방전을 발급한다.
명지병원은 단순 질환에 대한 상담과 진료는 물론 질병 예방과 진단, 재활은 물론 만성질환자 일상적인 라이프 케어, 고위험군 환자 상시모니터링 케어로 응급상황에 대처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정신 심리적인 상담 및 뇌출혈과 뇌졸중, 심정지 등 응급상황 발생시 골든타임 확보 등 통합적인 서비스도 구상 중이다.
병원은 현재 미국 애틀란타한인회, 하와이한인회, 과테말라한인회, 아프리카·중동한인회총연합회, 인도네시아한인회 등 북미와 남미, 태평양 지역, 아프리카와 중동지역, 아시아 지역 한인회 등과 버추얼 케어서비스 협약을 체결했다.
김진구 명지병원장은 “명지병원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해외에서 신속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애태우고 있는 코로나19 확진 또는 의심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버추얼케어센터를 통한 사전 진료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며 “재외국민 에어앰뷸런스를 이용한 긴급이송과 치료를 버추얼케어가 가능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은평·인천성모병원 등 가톨릭 3곳 참여
최근에는 서울성모병원, 은평성모병원, 인천성모병원 등 가톨릭대 부속병원 3곳도 원격의료 파도에 합류했다.
세 병원은 의료 플랫폼 기업 퍼즐에이아이가 주도하는 퍼즐에이아이 컨소시엄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를 통과하며 재외국민 대상 원격의료를 허가받았다.
과기부는 컨소시엄 측에 ▲온라인 진료를 위한 수수료 과금은 가능하나 의료인 아닌 자의 환자 유치 행위는 금지되며 ▲처방전을 대리수령 한 환자 보호자에게 반드시 복약지도 조치하고 의약품 배송 시 관련 조항을 준수할 것을 부가조건으로 내걸었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부터 퍼즐에이아이와 함께 현대건설 해외 파견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원격 건강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건강상담은 원격 플랫폼을 통해 피상담자와 의료진 간 비대면 화상 방식으로 이뤄지며, 서울성모병원이 퍼즐에이아이와 그동안 시범 운영해온 감염관리실 및 국제진료센터의 원격 화상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다.
해외 현장별로 체온계, 혈압계, 산소포화도측정기 등을 구비해 근로자들이 자가 진단일지를 기록 후 건강 불편사항 및 기저질환 등에 대해 사전문진표를 작성해 상담을 신청하면, 의료진이 이를 전송받아 사전 검토한 뒤 화상 어플을 통해 건강상담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 인천성모병원은 인천관광공사에서 진행 중인 ‘ICT 기반 비대면 원격진료·상담 운영’사업을, 은평성모병원은 비대면 건강검진결과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 원격의료 서비스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도 포착된다.
서울대병원은 감염병 위기상황에서 환자와 의료진 감염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원환자 면회와 상담을 위한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중환자실, 코로나19 전담치료 병동,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등 격리 구역, 면회 제한 병동에 선제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전체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연세의료원도 최근 환자용 모바일앱 My세브란스를 활용한 입원환자 대상 비대면 화상 회진서비스 시범운영을 완료해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운영에 돌입했다.
의료진이 회진 시간을 예약하면 자동으로 환자나 보호자에게 안내 메시지가 발송된다. 환자는 예약된 시간에 My세브란스 앱에 접속하면 주치의와 비대면 화상으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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