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지난해 2월 김용범 제37대 제주특별자치도의사회장이 당선됐다. 지난해 4월 취임해 코로나19 유행 속 약 9개월 동안 제주도의사회를 이끌어온 김용범 회장은 임인년 새해를 시작하며 회원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행정·조례에 엄중 대응하는 등 강한 의사회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공약을 되새겼다. 또 코로나19 대응, 공공의료 기능 강화 필요성 등 제주도가 처한 의료 현실과 지난해 의료계를 뜨겁게 달군 원격의료 및 대선 보건의료분야 정책 등 의료계 현안에 대한 의견을 대한의사협회 출입기자단에 들려줬다.[편집자주]
지난해는 장기화되는 코로나19 대응 뿐 아니라 향후 발생할 감염병 대응을 위해 공공의료 기능을 확대하고 관련 기관을 확충해야 한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김용범 회장은 이러한 공공의료 기능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새 병원을 짓기보다는 기존 지방의료원을 활용하고 국립대병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앞으로 감염병 계속 발생, 기존 지방의료원 지원 확대해서 민간의료기관과 업무 차별화 필요"
김 회장은 “감염병은 앞으로도 기승을 부릴 것이다. 공공병원은 민간의료기관에서 담당하기 힘든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며 “공공병원을 신설하기보다는 기존 지방의료원을 지원해서 민간의료기관과 업무 차별성을 두고 감염병 치료 등에 전념하는 대안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제주도의 경우 오랜 기간 방치되고 있는 제주녹지국제병원을 인수해 지역 감염병 치료센터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취약지 등 지방은 시설도 부족하지만 시설이 있어도 의료인력 유치가 어려운 실정이다.
김 회장은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분원 설립으로 수도권 의료집중은 가속화되고 지방 의료체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제주도에는 국립 제주대병원이 있지만 아직 상급 의료기관 인증이 없다. 정부는 지방 대학병원에 물적·인적 지원을 대폭 늘려 지역 환자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을 억제하고 믿고 찾는 대학병원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고 피력했다.
최근 제주도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김 회장은 “제주도는 그간 코로나19 바이러스 도내 유입 차단을 위해 제주공항 발열감시단과 선별진료소에서 의사 회원들이 자원봉사로 근무한 결과, 도내 감염 수치가 현저히 줄어든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체제 전환 후 제주도에서도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나 중증환자는 입원치료하고 경증·무증상의 경우 생활치료센터치료나 재택치료 중”이라며 “제주의료원·서귀포의료원 두 곳 의료진이 담당하고 있는데 감염자가 늘면 개인 의료기관 참여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선거 당시 김 회장은 공약으로 회원들 권익을 침해하는 도 행정조치 및 조례안 등에 엄중 대응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는 “제주의료원장직은 대대로 의사가 맡아왔는데 지난 회기 때 보건직 공무원 출신 인사가 임명됐다. 이는 행정편의를 위한 처사다. 원하는 회원을 적극 지원해서 제주의료원장을 의사직으로 복귀시키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또한 “전국에서 한방난임치료 관련 조례가 우후죽순으로 제정되고 있는데 전 회기 때 우리 의사회에서도 조례를 발의한 도의원을 찾아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통과돼 아픔을 겪었다”며 “이에 도일간지에 광고해 한방난임치료 위험성과 조례안의 부당성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 임기는 오는 2024년 3월까지다. 남은 임기 동안 김 회장은 매달 열리는 의협 광역시도회장단회의 토의내용·결과를 회원들에게 전달하고 이에 대한 회원들의 뜻을 반영해 단합된 회무를 추구할 계획이다.
그는 “지역의료 현안문제에 대해서도 회원들의 의견을 듣고 임원회의에서 토론을 거쳐 해결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그는 회원들에게 “코로나19 예방과 치료를 통해 도민들의 건강을 지키고자 의료현장서 땀흘리는 분들에게 머리 숙여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며 “내부적으로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연이은 의료악법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의사회에 따뜻한 애정·관심이 필요하고, 열정이 한 뜻으로 뭉칠 때 힘 있는 의사협회를 건설하고 우리 권익을 지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원격의료 반대, 올바른 방향 연구 선행 필요···문케어는 실패한 정책"
김 회장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응위기 ‘심각’이라는 특수상황에서 한시 허용돼 의료계를 달궜던 원격의료(비대면 진료) 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표했다.
그는 “비대면 진료는 진료에 필요한 기본적 요소들이 누락돼 있어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 위험요소를 갖고 있다. 현재로써는 비대면 진료를 반대한다”면서 “불명확한 허용범위로 인해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이 기승을 부리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지역 의료시스템 붕괴를 초래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간 매년 의협 대의원 총회에서는 원격의료 저지를 의결했으나 시대가 변하다 보니 지난해에는 무조건적 반대보다는 상황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조속히 근절돼야 하며 서울특별시의사회 비대면 진료 연구회의 논의를 바탕으로 시대적 흐름에 맞춰 환자·의료진 모두에 안전하고 효율적이면서 올바른 방향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3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김 회장은 야당 후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이번 대선 공약에서 여당 후보는 ‘문재인 케어’ 의료정책을 이어받고 공공의대 신설·공공의료 확충을 선언했는데, 이는 우리 회원들이 파업을 하면서까지 막아내고자 했던 것이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어 “문재인 케어는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판단되고 있지 않나”면서 “야당 후보는 이를 비판적으로 평가했고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해결 의지를 천명했기 때문에 의료공약 면에서 야당 후보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한 “대선에 대비해 의협과 보조를 맞추고 지역의사회에서는 오는 6월 치러지는 도지사 선거 유력 후보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지역 의료현안에 대한 우리 뜻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제20대 대통령 선거 보건의료분야 정책제안서’ 내용 중 ▲지역의료 활성화를 통한 고령화 사회 대비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보건부 분리 등 공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바른 의료전달체계 확립, 필수의료 국가안전망 구축 등과 연계해 적정 의료수가 책정에 대한 정책제안이 가장 시급하다”면서 “이에 대한 보다 더 강력한 의견을 피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