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삼성서울병원이 임상 진행 중인 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개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K플라즈마는 올해 희귀난치성 질환 분야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한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조직의 첫 프로젝트로 큐로셀의 CAR-T 치료제를 선정했다.
CAR-T 치료제는 환자 면역세포인 T세포를 추출한 뒤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형질을 도입, 환자에게 재투여하는 방식이다.
혈액암 분야에서는 1회 투여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한 ‘꿈의 치료제’로 불린다. 다만 1회 투여 비용이 억 단위에 달하는 초고가 약인데다 고형암에서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SK플라즈마 측에 따르면 NRDO 조직은 제약사 중심 신약개발이 아닌 외부 발굴‧개발 중인 후보물질을 도입해 상용화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회사의 새 R&D 전략이다.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SK디스커버리, 티움바이오,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받은 1100억원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신설됐다.
SK플라즈마는 지난 3일 큐로셀의 프리IPO(pre-IPO, 사전투자유치)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양사는 차세대 CAR-T 제품의 국내 및 해외사업화를 공동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SK플라즈마의 큐로셀 투자 결정에 따라, 큐로셀 임상을 도맡은 삼성서울병원이 CAR-T 치료제 연구에서 본격적으로 선두주자로 올라설 전망이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은 김원석 혈액종양내과 교수 주도로 큐로셀의 차세대 CD-19 CAR-T 치료제인 ‘CRC01’의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첫 투여를 시작으로 현재 1상 마무리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 10명 환자 중 9명에게 투여를 완료한 상황이다.
1상의 경우 환자를 3개 집단으로 분류해 CAR-T 치료제를 최저용량, 중간, 고용량으로 투여한다. 최저용량 기준으로 치료 효과를 확인하며, 용량별 투여를 통해 적정투여량 및 부작용을 함께 확인한다.
큐로셀 측은 1상에서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65명 대상 임상2상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2상 역시 삼성서울병원에서 단독 진행한다.
삼성서울병원은 향후 임상의 원활한 진행 및 CAR-T 치료제의 본격적인 활용을 위한 조직 개편에도 박차를 가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9월 CAR-T세포치료센터를 신설하고, 김원석 교수를 센터장으로 임명했다.
센터는 기존 진행해오던 큐로셀 CAR-T 임상의 원활한 진행을 비롯해, 향후 CAR-T 치료의 중심축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빅5’ 중 4곳 진입…서울대는 자체개발
CAR-T 치료제를 향한 관심은 비단 삼성서울병원에 국한되지 않은다. 빅5 병원 중 4곳이 본격적인 CAR-T 국산화를 위한 행보에 나섰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병원 내에서 자체적으로 CAR-T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소아 및 청소년에 특화된 CAR-T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강현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주도하는 소아백혈병 환자 대상 CAR-T 치료제 임상연구는 지난해 12월 복지부 및 식약처로부터 고위험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로 승인받았다.
첨단재생바이오법 시행 이후 고위험 임상연구로 승인된 첫 사례다.
현재 강 교수팀은 재발성 또는 불응성 CD19 양성 B세포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 소아‧청소년 중 환자 대상 병원 생산 CD19 CAR-T 치료제 1b상 연구를 수행 중이다.
CAR-T 치료제를 개발 중인 바이오벤처와 손을 잡은 병원들도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앱클론을 CAR-T 시장 진입의 파트너로 정했다. 앱클론은 지난해 12월 국내 기업 중 2번째로 CAR-T 치료제 1/2상에 대한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서울아산병원은 재발성 또는 불응성 B세포 비호지킨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앱클론의 CAR-T 치료제 ‘AT101’ 투여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인한다.
1상에서는 용량별로 3~6명씩 투여해 적정 용량을 확인하고, 2상에서는 권장 용량에 따라 환자 82명을 대상으로 치료 효과를 본격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서울성모병원은 유틸렉스와 함께 CAR-T 개발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 8월 31일 ‘MVR CAR-T’ 세포치료제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VR CAR-T는 종양에서 과발현하는 조직적합성항원(HLA-DR)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로, 기존 CD19 CAR-T 치료제가 갖고 있던 정상 B세포를 공격한다는 약점을 보완한 것이다.
현재 유틸렉스는 간암 대상 CAR-T 치료제 ‘GPC3’에 대한 연구를 수행 중이며, 올해 4분기 중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무협약 체결에 따라 향후 GPC3가 임상 진입 시 수행기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