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최근 위법행위 및 비도덕적인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보건의료 종사자의 징계 처분을 두고 의약단체 어깨가 무겁다.
단체로서 회원을 보호해야 하면서도, 직능에 대한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시킨 회원은 징계해 다른 회원과 대중에 본보기를 보여야 하는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임의로 일반의약품·마스크 등을 5만원에 판매하고 부적절한 태도로 영업해 국민적 공분을 샀던 대전 某 약국 약사 A씨에 대해 대한약사회가 면허취소 처분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키로 결정했다.
지난 5일 대전약사회 윤리위원회 이후 약사회는 14일 오후 2시 윤리위원회를 열고 A씨를 회부했다. 윤리위원회는 “A씨의 비상식적 행위가 주민 건강에 지대한 책임을 지는 약국 약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부적합하고 적극 치료가 필요한 상태”고 판단했다.
이날 참석한 A씨는 “의약품 오남용을 줄이기 위해 5만원으로 가격을 책정했다“, “대기업 횡포를 알리기 위해 배운대로 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지만 당분간 약국을 운영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을 사과했다.
A씨는 지난 2019년에도 초등학교 인근에서 운영하던 약국에 음란한 물건·그림 및 마약 밀수 등 비상식적 문구를 약국 정면에 도배해 윤리위원회에 회부돼 약사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약사회 측은 “당시에도 ‘정상적 약사 직무수행이 가능하다는 의학적 판단이 있기 전까지 약사 자격을 정지해달라’는 결정을 내리고 복지부에 요청했음에도 당시 후속 조치 없이 15일 자격 정치 처분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오늘과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음에 유감을 표한다”며 “보건복지부는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번에 문제된 약사의 행위는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전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사연이 올라오며 세간에 알려졌다.
글쓴이에 따르면 이 약사는 지난해 12월 말 술에 취한 글쓴이와 일행에게 고지 없이 숙취해소음료 2병을 10만원에 결제했고, 문제를 제기한 글쓴이에게 “환불받고 싶으면 고소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의 관심도가 높아지자 “약사회는 그의 면허를 취소하지 않고 뭘 하느냐”는 의견이 모이기도 했다.
의사 대리수술·성추행 파문 지속···의협 자율징계권 도입 목소리도
이는 비단 약사 단체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6일 대한의사협회는 환자를 성추행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소재 의원 A 의사를 중앙윤리위원회에 징계 심의 부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협 측은 “당사자가 이를 인정했다는 내용이 보도됐고, 의사 품위를 손상시키고 의료계 전체 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통과됐다. 이는 지난 상반기 연이은 척추전문병원 내 대리수술 정황 폭로 및 성추행·의료사고 등이 공론화되면서 여론의 반감을 사 급물살을 탔다.
하반기에는 여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청진하는 척 하며 불법촬영한 의사가 덜미를 잡히고, 수술 중 마취된 환자를 성추행한 인턴은 재판에 넘겨져 징역 3년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대리수술 논란을 의식한 정형외과의사회는 지난해 11월 추계학술대회 및 정기총회 기자간담회에서 “재판 결과에 따른 판단도 중요하지만 타 회원을 보호하기 위해 자정에 나서겠다”며 “의료행위를 못하게 할 수 없지만 확정적 불법행위를 한 회원은 자격정지시키겠다”고 말했다.
각종 물의 사례는 이어지고 있지만 현행 의료법·약사법상 의사와 약사 면허정지 및 취소 처분은 일정 요건을 충족할 시 최종적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도록 돼 있다.
면허정지 및 취소 기준에 일부 강력범죄가 포함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지금까지 강력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 관련 개정안이 수차례 발행됐지만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