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진은 일반국민에 비해 암이나 심장질환,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모두 더 높게 나타났다. 심지어 스트레스로 인한 유병률 또한 높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화의대 박혜숙 예방의학과 교수와 고려의대 안형식 예방의학과 교수 연구팀 등은 최근 일반인 대비 의사와 간호사의 건강상태를 평가한 보고서 ‘한국 보건의료 종사자의 건강과 사망률(Health and Mortality in Korean Healthcare Workers)’을 발표했다.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와 통계청 사망원인 자료를 토대로 2002년부터 2017년까지 건강관리시설에서 근무하는 의사 10만4484명과 간호사 22만31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결과, 의료진과 일반인 모두 사망원인 중 ‘암’(malignant neoplasm, 악성신생물)이 가장 높다는 점은 같았다.
하지만 일반인의 경우 사망원인 중 암이 차지하는 비율이 28%에 그친 반면, 의사와 간호사는 모두 40%을 넘기며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의 경우 기관지암과 폐암에 걸린 의사가 10만명당 사망률 10.3명으로 가장 많았고 ▲간암과 간내담관암(10만명당 8.0명) ▲위암(10만명당 6.3명)이 뒤를 이었다.
간호사는 유방암 사망률이 10만 명당 2.7명으로 가장 높았으며 ▲위암(10만 명당 1.5명) ▲대장·직장·항문암(10만 명당 1.1명) 등 순이었다.
암 유병률로는 의사와 간호사 모두 갑상선암이 가장 높았으며, 의사는 직장암(인구 10만명당 334명), 전립선암(10만명당 308명), 유방암(10만명당 476명), 자궁경부암(10만명당 202명) 순이었다.
연구진은 “왜 의사들에게 암 발병율이 더 높은지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야간근무 등 바쁘고 불규칙한 일상과 방사성 물질 노출 증가 등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중독으로 인한 사망과 독성물질에 대한 노출 역시 의료진이 더 높았다”며 “특히 간호사의 경우 예상치 못한 독극물과 독성물질 노출의 순위와 비중이 모두 의사보다 높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의료진은 자살률 역시 일반인에 비해 높게 나타났는데, 일반인에게 사망 원인 4위인 자살은 의사 직군에서 3위, 간호사 직군에서 2위로 높아졌다.
가장 많이 앓는 질환으로는 의료인이나 일반인구 모두 상기도 감염이었지만 의료인들은 스트레스성 질환 유병률이 높았다.
의사는 상기도감염(10만명당 44.10명) 다음으로 ▲위염·십이지장염(10만명당 42.31명) ▲위식도역류질환(10만명당 18.03명) ▲당뇨병(10만명당 11.90명) ▲허리통증(10만명당 8.48명) 순으로 앓았다.
간호사는 상기도감염(10만명당 128.74명) ▲위염·십이지장염(10만명당 128.38명) ▲위식도역류질환(10만명당 28.94명) 순이었다.
또한 의료인은 일반인구에 비해 홍역을 14.77%로 더 많이 앓았으며, 백일해(12%), 비타민A결핍(8.59%), 레지오넬라(7.14%), 풍진(6.98%), 영양실조(5%) 등에 취약했다.
연구진은 “2005년 한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의사들의 전체 사망률은 일반인보다 낮지만 약물 중독과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의사가 다른 직군보다 자살에 더 취약하다”며 “또한 위장질환, 호흡기질환 등 스트레스 질환 유병률이 높아 의사는 상대적으로 모든 질병에 대해 입원할 위험이 높다고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염병 시대에 의료인의 건강 상태는 의료 질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직업적 특성을 고려해 조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료인 건강 개선을 위한 국내 의료기관 근무환경 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