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담도암의 표준 치료법이 10여 년 만에 바뀔 전망이다.
표준항암제와 면역항암제를 병용하는 새로운 치료법은 표준항암치료제에 비해 진행성 담도암 환자의 사망 위험을 20% 낮추고, 장기 생존율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학교병원 종양내과 오도연 교수는 최근 열린 미국 임상종양학회 소화기암 심포지엄(ASCO GI 2022)에서 글로벌 3상 임상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는 국내 연구자가 주도한 2상 임상연구에서 출발된 연구로, 전 세계 진행성 담도암의 표준치료 패러다임을 국내 연구진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해당 글로벌 3상 임상연구의 전체 총괄 책임을 맡은 오도연 교수는 새로운 치료제의 개발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도전과 집념으로 담도암 환자에게 새로운 희망을 선물했다.
담도암은 국내에서는 발생률 9~10위를 차지하는 암이다. 서양보다 국내에서 발생률이 높으며 전 세계적으로도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담도암 환자는 수술이 어려운 진행성 단계에서 진단을 많이 받으며, 수술해도 많은 경우 재발을 한다. 이러한 경우 완치가 불가능해 생존기간 연장을 위한 항암치료를 받는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효과적인 치료제가 제한적이었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진행성 담도암의 1차 치료제는 세포독성 항암치료였다.
이 항암치료는 중앙생존기간이 1년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여 년간 이보다 더 나은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했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표준 치료로 지속될 수 밖에 없었다.
오도연 교수는 담도암 치료효과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의 표준항암치료제와 면역항암제(Durvalumab, Tremelimumab)의 복합요법을 사용해 2상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고무적인 항종양 효과가 있으면서, 부작용 측면에서도 우려할 부분이 없음을 확인했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오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함께 현재의 표준항암치료와 항암치료+Durvalumab 복합요법 효과를 비교하는 글로벌 3상 임상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무작위 배정, 이중 눈가림, 위약 대조, 다기관, 다국가로 진행됐다.
아시아, 미국, 유럽, 남미 등 전 세계 17개국에서 진행성·재발성 담도암 환자 총 685명이 등록되었고, 환자의 절반 이상(약 54%)이 아시아 국가의 환자였다.
685명의 환자는 ▲항암치료+Durvalumab 병용군(341명) ▲항암치료+위약 병용군(344명)으로 1:1로 무작위 배정되어서 치료를 받았다.
미리 계획된 시점에서의 중간 분석 결과 Durvalumab 병용군이 위약 병용군과 비교해 전체 생존기간이 유의미하게 연장된 것으로 확인됐다.
Durvalumab 병용군에서 사망 위험이 20% 더 낮게 나타났고, 전체 생존기간의 중앙값은 위약 병용군 11.5개월에 비해 Durvalumab 병용군이 12.8개월로 연장됐다.
특히 Durvalumab 병용이 생존기간 향상에 미치는 영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 2년 생존율의 경우 Durvalumab 병용군과 위약 병용군 각각 24.9%, 10.4%로 차이를 보였다.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 역시 위약 병용군 5.7개월 대비 Durvalumab 병용군에서 7.2개월로 향상되어, 암 진행 위험도를 25%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객관적 반응률(암의 크기가 30% 이상 감소하는 환자의 비율)은 위약 병용군 18.7%에 비해 Durvalumab 병용군에서 26.7%로 향상됐다.
이러한 향상된 효과와 더불어 양 군 간에 부작용 발생률의 차이가 거의 없으며, 새로운 심각한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 연구는 지난 10여 년간 진행성 담도암에서 1차 치료로 자리 잡아온 표준항암치료에 비해 생존기간의 향상을 입증한 첫 번째 글로벌 3상 임상연구라는 점에서 학계의 관심을 받았다.
또한 상대적으로 신약 개발 기회가 적었던 담도암에서 면역항암제 성공을 입증한 첫 번째 3상 임상연구인 만큼 향후 새로운 담도암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오도연 교수는 “이번 연구의 총괄 책임연구자로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한국 연구자에게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한 치료법이 전 세계의 진행성 담도암 환자들의 새로운 표준 치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