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무려 800평이다. 그것도 오롯이 외래 재활환자만을 위한 공간이다. ‘공간은 곧 비용’이라는 병원계 통념으로는 납득이 어려운 결정이다. 하지만 이 병원은 수익을 좇아 공간을 나누고 쪼개기 보다 환자를 위해 시원스레 할애했다. 공간뿐만 아니라 전문인력과 최신장비에 이르기까지 재활환자 회복율 제고를 위해 아낌없이 준비했다. 신체억제 제로, 욕창발생 제로, 365일 재활 등 ‘최초’와 ‘최대’라는 수식어로 점철된 희연병원이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특히 ‘사람다운 보편적인 삶’과 ‘지역사회로의 복귀’를 위한 재활을 기치로, 퇴원 후에도 꾸준한 재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최근 개소한 통원 재활센터, 일명 ‘리하빌리테이션 센터(Rehabilitation center)’에는 오랫동안 지켜왔던 희연병원 철학과 가치가 그대로 투영돼 있다.
경남 창원에 위치한 희연병원이 최근 퇴원환자들의 재활치료 지속성 확보를 위해 ‘통원 재활센터(리하빌리테이션 센터)’를 개소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번에 문을 연 통원 재활센터는 국내 최대 규모인 800여 평으로, 재활치료의 전 과정이 한 곳에서 이뤄져 활기찬 분위기와 각종 시설에 감탄을 자아낸다.
센터에는 스위스 MOTEK사의 증강현실 트레드밀 ‘C-Mill’이 국내 처음 도입돼 복잡한 지역에서 걷거나 장애물을 피하는 것과 같이 환자 스스로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하도록 훈련한다.
무엇보다 증강현실 경험은 오감을 자극해 즐겁고 흥미로운 재활치료를 실시할 수 있어 치료 만족도가 높다.
또한 △자유로운 훈련을 위한 100m 보행트랙 △프라이버시 보호와 집중을 고려한 15개실 1인 치료공간 △실제 아파트 단면을 구현해 침실, 주방, 화장실이 배치된 일상생활동작 훈련실을 갖췄다.
여기에 △훈련 후 안정을 되찾는 릴렉싱 공간 △삼킴장애 훈련을 위한 전용 테이블 △다양한 외부환경 적응을 위한 높이가 다른 계단과 경사로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수십명의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 운동치료사가 '맞춤형 재활' 제공
특히 자갈, 목재, 잔디 등 바닥 질감에 따른 감각 경험까지 고려하는 등 재활환자들이 일상에서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작은 부분까지 배려했다.
이 외에 환자가 재활치료를 받는 동안 보호자가 편하게 쉴 수 있는 △보호자 전용 라운지(휴게실)도 설치했다.
센터에는 수 십명의 물리치료사와 작업치료사, 운동치료사, 언어치료사 등이 재활의학과 의료진 처방에 따라 각 환자별 맞춤형 재활을 제공한다.
사실 통원 재활센터는 ‘재활’에 대한 희연병원 애착의 결정판이다.
희연병원은 지난 2001년 개원 이래 ‘익숙하고 정든 가정으로의 조기 복귀’를 기치로 국내 회복기 재활의료의 역사를 써왔다.
특히 병원 건물 6층 1600평 전체를 재활전용병동으로 꾸려 입원환자들에게 국내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최상의 재활치료를 제공해 왔다.
여기에 더해 지난 2019년에는 국내 최초로 입원환자들의 자발적 재활을 돕기 위한 ‘파워 리하빌리테이션 센터’를 개관했다.
제도적으로 보장된 재활 치료시간이 충분치 않은 만큼 나머지 시간동안 환자 스스로 각종 헬스기구를 이용해 자가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26종 30대의 최고급 헬스장비와 체지방분석기, 슬관절 엘리트 전동 운동기가 배치돼 있다. 의료와 피트니스를 절묘하게 녹여냈다.
모양새는 고급 피트니스 센터를 연상케 하지만 환자들이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안전사고 예방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자가운동’이라고 명시된 이용신청서를 제출해 의료진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환자에 한해 이용할 수 있다.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뿐만 아니라 운영시간 내내 운동처방사가 상주하며 환자들의 운동을 돕는다.
평균 재원일수 ‘57일’, 재택복귀율 ‘84.7%’라는 경이적인 기록은 희연병원의 격(格)이 다른 재활치료 수준을 방증한다.
증강현실 등 최첨단 재활장비 마련하고 입원환자 이어 퇴원환자까지 전문재활
그러나 지속성이 핵심인 ‘재활’ 특성상 퇴원 후에도 지속적으로 치료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지만 그동안에는 협소한 공간 탓에 외래 재활치료 수요에 부응하지 못했다.
천착을 거듭한 끝에 병원 건물 지하 2층에 800평 규모의 외래환자만을 전담하는 전문 재활센터를 구축하며 퇴원 후에도 환자들이 재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자칫 퇴원 후 소홀해질 수 있는 환자들의 재활에 자연스런 이음새를 만들어준 셈이다. 이로써 희연병원은 입원과 퇴원, 일상으로의 복귀로 이어지는 ‘재활의료’의 전주기를 형성했다.
이러한 전주기 재활의료 시스템은 희연병원이 고집스레 추구한 가치에 기인한다.
2002년 국내 최초로 의료·복지복합체를 운영해오며, 존엄케어와 함께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무수히 고민해왔던 희연병원은 ‘지역사회로의 복귀’를 위한 재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입원단계에서부터 퇴원계획을 수립하고 지역과 의료기관과의 원활한 연계를 돕는 지역연계실을 무려 12년 전부터 운영해왔다.
지난해에는 건강보험공단의 ‘요양병원 퇴원환자 지원제도’ 사업에 참여해 환자의 조기퇴원과 활발한 지역연계를 선도적으로 수행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역연계실은 △입·퇴원 상담 외에도 △주치의, 간호사, 치료사, 영양사, 사회복지사 등 담당 의료진이 가족들과 향후 치료와 퇴원을 논의한다.
퇴원을 앞둔 환자에게는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인력 도움을 받아 자택 내 장애 요소를 개선하는 주택 개·보수 서비스도 무료 제공한다.
최종적으로 통원 재활센터는 지속적인 재활을 통해 재입원을 방지하고 환경적응 및 심화단계 훈련을 통해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사회에서의 역할 적응을 지원한다.
희연병원 김양수 병원장은 “갑작스레 장애를 마주한 환자의 빠른 일상 복귀를 지원하는 게 재활의 가치”라며 “퇴원 후에도 생활 속 불편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어 “재원, 퇴원 환자들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인력과 시설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재활의료 선도기관으로서 더욱 정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희연병원은 한국만성기의료협회 김덕진 회장이 창업해 산하 12개 의료 및 복지시설에 800명이 종사하고 있는 의료·복지 복합체 모델이다.
‘노인의료’와 ‘재활의료’ 성지(聖地)라는 평가 속에 연간 1400명의 국내외 연구자와 의료 관계자들이 견학하는 병원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특히 이번에 개관한 통원 재활센터는 지난해 세대교체된 창업 2세대의 첫 걸작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국내 의료계 2세대 활약에도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