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개원만 하면 환자들이 줄을 서리라”라는 기대를 품고 병원을 차린 40대 의사에게 “결국은 동네 장사다”, “피부미용 등 비보험 진료를 해야된다”, “병원도 서비스업이니 리액션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쏟아진다.
이는 실제 개원의로 활동했던 장봉수 작가(필명)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웹드라마 ‘내과 박원장’에 나오는 장면이다.
내과 박원장은 그간 메디컬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던 대학병원 교수의 근사한 삶이 아닌, 오랜 수련 끝에 탈모와 각종 성인병을 얻고 경영난에 허덕이는 동네의원 의사의 삶을 그렸다는 점에서 큰 공감대를 얻고 있다.
싸이더스·엑스라지픽처스가 제작한 이 드라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티빙’에서 이달 14일부터 현재까지 4회가 공개된 상태다.
배우 이서진이 박원장 역할로 등장하며, 라미란·차청화·신은정·김광규·정형석 배우 등이 박원장 아내·간호사·같은 건물 개원의 등 박원장의 주변 인물로 나온다.
1회 제목이 ‘이제부터 의료 자영업자’일 정도로 오랜 공부와 수련 끝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박원장 삶은 녹록지 않다. 일명 ‘오픈빨’을 노리면서도 의사라는 직업적 사명감 사이에서 끝없이 고민하기 때문이다.
‘박원장 내과의원’에는 하루가 다 지나가도록 방문하는 환자는 없고 진료실에 파리만 찾아온다. 드디어 찾아온 환자들은 손톱을 깎아달라거나 진료비를 흥정하고, “어디가 아파서 왔는지 맞춰보라”며 되려 박원장에게 물건을 팔기도 해 웃음을 자아낸다.
보험비 청구를 위해 진단서만 끊어달라고 요구하는 환자, 불쾌감을 느껴 지역 커뮤니티 등에 “돌팔이 의사”라는 악평을 남긴 환자 때문에 난처해진 박원장이 평판 회복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도 그려지고 있다.
답답한 박원장은 같은 건물 개원의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해보지만 ‘개원가에서 살아남은’ 그들의 삶도 다르지 않다. 선배들은 “진료과목을 늘리거나 치료 효과를 과장해서라도 환자를 유치하라”, “리액션이 생명이다”고 조언한다.
고뇌에 빠진 박원장은 과거 대학병원에서 수련하던 시절을 회상하며 “돈을 쫓지 말고 환자를 쫓겠다”며 “굶더라도 비보험진료·리액션·거짓말 등은 하지 않겠다, 나는 의사다”고 다짐하지만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개원의들의 사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이 작품은 드라마화 전 웹툰 연재 시절부터 내과의사들에게서 큰 공감을 얻었다고 한다.
서울 중구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한 의사는 “웹툰이 나왔을 때 정말 재밌게 봤었는데, 내과의사라면 100%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라며 “빚에 허덕이는 모습 등 완전히 자신의 얘기라고 공감하는 주변 내과의사들이 상당히 많았다”고 전했다.
곧 졸업 예정인 서울 소재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도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재밌게 봤는데 내과 박원장은 너무 달랐다. 매일 보는 교수님들의 모습이 아니라 개원의의 현실적 모습을 알 수 있었다”며 “진로에 대한 고민이 커지기도 했는데 그만큼 남은 회차가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의사·만화가 꿈꾼 장봉수 작가 “개원의 현실 반영”
내과 박원장은 장봉수 작가가 지난 2015년 의사 커뮤니티에 그려 올리던 만화가 그 시초다.
19년차 의사이자 개원의·봉직의로도 활동했던 장봉수 작가는 어릴 때부터 의사와 만화가를 꿈꿨다. 개원 후 여유가 없어 작품활동에 대한 갈등이 커지던 중 커뮤니티에 작품을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는 설명이다.
이후 그는 내용을 다듬어 2020년 네이버 베스트도전 만화, 다음 웹툰리그 등에 연재를 시작했고 현재 네이버웹툰에 정식 연재되고 있다.
지금은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인 장 작가는 드라마화 확정 당시 데일리메디에 “어릴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게 돼 기쁘고 설레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뒀기 때문에 솔직히 걱정도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그는 후배들에게 “개원을 앞두고 막연함을 느낀다면 내 만화를 읽어보면 전반적인 느낌을 아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다만 만화니 과장이 꽤 섞여있다는 점은 감안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