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구교윤 기자] 동국대학교일산병원 의료진이 근무 편의를 위해 외래 진료예약 시스템을 임의로 조작해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병원 측이 간호사에게만 권고 사직과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통보해 또 다른 파장이 일고 있다.
간호사들은 "교수 요청이 있었고,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도 병원이 모든 책임을 간호사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사건은 최근 동국대일산병원 간호사로 추정되는 작성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호소문을 올리며 수면위로 떠올랐다.
게시글에 따르면 병원은 지난해 11월 외래 진료예약 시스템이 조작된 정황을 포착하고, 10년치 내역을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발견했다.
외래 간호사들은 그동안 근무를 편하게 하기 위해 본인 및 가족, 기타 지인 명의를 사용해 외래 진료 슬롯을 고의적으로 막는 등의 조작을 했다.
이에 병원 측은 간호사들이 고의적으로 슬롯을 막지 않았을 경우 예상 가능한 수익을 손해배상금액으로 측정해 간호사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병원 측이 주장하는 피해 금액은 16억 원이다.
문제는 사건에 연루된 의사 15명에게는 징계 처분만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시스템을 임의로 조작한 인물은 간호사 22명과 의사 15명으로 전해진다. 병원은 그중 시스템 조작 건수가 많았던 간호사 4명에게 권고 사직을 내렸고, 나머지 간호사에게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이에 게시글 작성자는 "저희 행동이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징계가 발생한다면 겸허히 받아들일 예정이나 병원은 교수들 요청과 구조적 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면서 "형평성 없이 꼬리자르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먼저 "간호사들은 지속적으로 진료 지연과 관련된 민원으로 힘들었기에 의사 동의 하에 가예약을 통해 진료를 막을 수 밖에 없었다"며 "외래 진료는 담당 의사 동의하에 진료 일정이 생성된다. 진료 요일 및 시간, 세션당 환자 수 등 어느 것 하나 간호사가 독단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수들도 내외부 회의로 급작스럽게 진료 종료 시간을 당겨달라고 요청하거나, 개인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진료를 막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작성자는 병원 시스템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게시글 작성자는 "'일정 변경 요청서 작성'이라는 공식적인 절차가 있었지만 담당의와 진료과장 서명이 필요하기에 당일에 절차를 밟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구두 요청으로는 원무팀에서 진료 일정을 막아 주지 않았다"며 "'진료 지연' 사유로 진료 세션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고, '예약 초과'로 진료 세션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은 있었지만 실제 세션에 예약이 전부 들어가 있지 않으면 진료를 막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7년차 외래 간호사는 주변 지인과 가족이 피해본다는 생각에 극도의 불안감과 우울감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했다"면서 "간호사에게만 차별적인 처벌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인재가 아닌 시스템 문제라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병원 측은 "현재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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